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정부 규제에 지방 분양일정 '뒤로뒤로'…미분양 낙인 찍힐라


입력 2018.09.30 06:00 수정 2018.09.29 20:50        권이상 기자

올 하반기 13만여 가구 분양, 상당수 연초에서 일정 연기돼

전문가들 "수도권에 맞춘 잣대 지방에 끼워 맞추려니 부작용 심각"

중견건설사들이 지방 분양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만 없어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도 있다. 사진은 아파트 전경.(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방에서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이던 건설사들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며 수요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 분양일정을 확정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일부 도심을 제외하곤 주택수요가 풍부하지 않아 매월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분양성공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있다.

올해 지방에서 공급된 일부 대형사의 브랜드 아파트는 높은 청약률로 마감을 하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이 분양한 아파트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중견사들은 올 초 계획했던 분양을 연말까지 미루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확실하지 않아 길게는 내년까지 분양일정을 연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감한 분양에 나서 자칫 미분양으로 낙인 찍히는 것보단 금융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우선 버티는 것 밖에 답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중견건설사들이 지방 분양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만 없어 어쩔 수 없이 분양에 나서는 건설사들도 있다.

부동산인포가 조사한 올 4분기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 가구수는 13만409가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된 6만9117가구의 약 2배 수준이다.

서울·수도권 물량이 지난해 3만669가구에서 올해 6만8868가구로 늘었다. 광역시를 포함한 지방도시의 분양물량은 지난해 3만8448가구에서 올해 6만1541가구로 증가했다.

단순히 분양예정 가구수만 보면 분양시장이 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분양물량 대부분이 올 초에 계획했던 것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실제 동양건설산업이 충북 청주 동남지구 B-5블록에서 분양인 동양 파라곤 아파트(562가구) 분양을 올 1분기에서 9월로 미루더니 최근에는 하반기로 일정을 연기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만약 하반기에도 지방 부동산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이 아파트 분양을 내년으로 넘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모르면 몰라도 지방에서 분양을 앞둔 중견건설사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제일건설 역시 강원도 원주혁신도시 C-4블록 제일풍경채와 충주 호암지구 B-3블록 제일풍경채 분양을 올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했다.

이 밖에 전남 순천 조례동 2차 골드클래스, 경남 김해시 내덕지구 중흥S-클래스 등의 아파트들이 6개월 이상 분양일정이 뒤로 미뤄졌다.

전문가들은 분양일정의 연기는 미분양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있지만, 결국 주택사업에 비중이 큰 건설사들에게는 실적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가영 NICE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매매가격 하락 및 매매거래량 감소, 분양률 저하가 나타나는 가운데 이러한 주택시장 변화는 인허가물량 감소, 분양원가율 상승 및 입주률 제고를 위한 입주지원비용 확대, 입주지연 등으로 매출, 수익성, 현금흐름 전반에 걸쳐서 주택건설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주택건설시장 위축으로 수주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브랜드인지도, 주요 지역 분양실적 등 주택부문 사업경쟁력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가 지방 부동산 시장을 소홀하게 관리한 탓에 시장은 이미 고사 상태로 수요자는 물론 건설사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미분양 해소 방안을 위한 활성화 방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권이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