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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하]높아만가는 규제…대출 질만 나빠졌다


입력 2018.09.19 06:00 수정 2018.09.19 06:10        이미경 기자

3년간 금융권 대출 증가율 비은행 10.6%로 은행보다↑

금융시장 과도한 규제, 시장 논리 해치고 경쟁력 저하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통화스와프와 달러 자산 확대 등 안전판을 내세우면서 더 강한 규제가 금융시장에 드리워졌다. 결과적으로는 금융분야 전반에 걸쳐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금융분야의 경쟁력도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게티이미지뱅크

# 리먼사태가 발생하기 전 미국의 월가는 풍요의 상징일 정도로 거대한 자본이 집중돼있었다. 4대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또 다른 투자은행 메릴린치가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에 매각되는 등 하루아침에 두곳이 사라졌다. 이때 미국 씨티은행 CEO의 연봉은 4300만달러에 육박하며 월가는 이미 탐욕의 상징으로 변질됐다. 모든 금융 자본을 빨아들이며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공룡 두곳이 쓰러지자 미국 시민들은 격앙돼 월가를 에워싸며 시위를 벌였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사태에 내려진 처방전은 결국 강력한 규제였다.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는 점점 더 촘촘해졌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도드-프랭크(Dodd-Frank)법'을 만들어 파생금융상품을 규제하고 소비자금융보호국을 신설했다. 은행의 자산기준도 500억 달러로 제한했다. 은행의 투기성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마련된 '볼커룰(Volcker Rule)'도 시행됐다.

미국은 리먼사태 이후 강력한 규제 정책을 실시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규제를 완화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후에 금융권과 자본시장에 잇따라 규제 장벽으로 리스크 방어에 나섰던 우리나라는 여전히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지 않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국내 금융시장은 시장 논리보다 규제 논리가 더 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금융규제의 덫…시장 논리 저해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통화스와프와 달러 자산 확대 등 안전판을 내세우면서 더 강한 규제가 금융시장에 드리워졌다. 결과적으로는 금융분야 전반에 걸쳐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금융분야의 경쟁력도 낮아지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선 은행권 규제를 강화하면서 비은행권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금융위기 직후에 국제사회의 기조에 맞춰 은행 건전성 관리 강화와 리스크 행태를 규제해왔다.

은행 중심으로 거시건전성 조치가 집중되다보니 비은행 부문의 레버리지 창출이 확대되는 한편 그림자금융이 증가하고 비은행권 대출이 늘면서 부채 질이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금융권 대출 연평균 증가율은 비은행이 10.6%로, 은행대출 6.4%보다 훨씬 높았다. 오히려 과도한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강화가 비은행권의 시스템 리스크를 더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형 금융기관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오히려 시장 논리를 해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요인중 하나로 지목되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과도한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소비자 보호 이슈를 내걸어 금융당국이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금융감독기구가 지나치게 힘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 CEO출신 한 금융권 인사는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서 금융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추세지만 그동안 규제를 강화해온 우리나라 금융분야는 강한 규제로 전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감독당국의 시장개입이 지나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의 끈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업에 대한 선입견대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금융권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금융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금융산업에 대한 규제 여파로 규모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기초 체력이 단단하지 않아 외부 충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자연히 위축이 되서 유연성이 사라지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수 밖에 없다"며 "금융산업을 부도덕한 분야로 치부하면서 지난 10년간 경쟁력은 안중에 없고 위기를 초래한 댓가를 치루는데 감정이 앞선 과도한 규제가 적용됐다"고 말했다.

거시 건전성 차원에서의 금융규제 정책은 필요하지만 경쟁력 강화도 동시에 고려해야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교수는 "다만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억제하면서 자본이 가파르게 움직이는 부분을 차단하는 등 거시 건전성 관점에서 선물과 포지선 규제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자본 이동 자유화를 조금 억제하는 정책을 일부 추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금융산업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금융을 탐욕의 상징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며 "금융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지 않고 잘못된 선입견으로 과도한 규제를 시행하다가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순간 제2의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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