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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김영철 편지, 비핵화 무산 '나비효과' 불러오나


입력 2018.08.29 15:22 수정 2018.08.29 16:35        이배운 기자

‘핵·미사일 활동 재개할 수도 있다’ 적대적 내용 담긴듯

북미대화 또다시 ‘수렁’…북측 태도변화 당분간 기대 어려워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사진공동취재단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편지'가 북미대화 분위기를 뒤흔들면서 한반도 비핵화 정세가 또다시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비핵화 협상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우려와 함께 북미대화 파탄 및 미국의 군사적 옵션 발동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게 된 모양새다.

28일(현지시각) 미국 CNN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보낸 편지에는 ‘협상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비핵화 프로세스가 무너지고 핵·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또 워싱턴포스트는 편지의 내용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취소 결정을 내릴 만큼 ‘적대적’이었다고 전했고, 편지가 평화협정 등 무리한 요구를 내놨다는 소식도 잇따른다.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 이유는 북미 실무진간 합의가 원만하지 않았거나 ‘빈손 방북’에 대한 우려가 커진 탓이라고 보고 있다. 북미대화 실패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성과가 미흡할 경우 비난여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반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보름가량 앞두고 북한의 불성실한 대화 태도를 지적하며 북미회담 취소를 선언한 바 있다. 예상치 못한 초강수에 놀란 듯 북한은 하루만에 대화를 원한다는 저자세의 담화문을 내놨고 이는 북미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되는 계기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전격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과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무역, 관광객 수용, 기타 밀무역 등을 통해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교적‧경제적 고립 탈피가 시급했던 지난 5월보다는 상황이 낫다는 것이다.

또 내달 9일 예정된 정권수립 기념일 행사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정권출범을 기념하는 것은 김 씨 정권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외세에 억눌리지 않고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했다는 정치적 메시지가 핵심이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저자세로 핵협상을 다시 진행한다는 것은 체제 내부적으로 모순된 행동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전환 없이 비핵화 협상을 지연시킬 경우 인내심을 잃은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옵션을 발동할 수 있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북미대화가 더 이상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할시 테이블을 걷어차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무산 등으로 정치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가 시리아 공습 결정으로 지지율 추락을 반등시킨 경험이 있다.

1990년초 1차 북핵 위기 때와는 다르게 북한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목전에 두고 미국의 최첨단 무기체계가 급성장한 것도 군사옵션 가능성을 높인다. 자국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이 현실화됐지만 첨단무기체계로 그것을 선제 차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최강 부원장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맞춰 핵활동 동결을 선언할 수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전략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며 “실제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국은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정치적·경제적·군사적 압박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전략도발에 대한 대응방안도 미리 협의해 대응의 수위를 조절함으로써 충격을 완화하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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