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압감 시달리는 오지환…‘경기 지배’ 불안 요소
최종엔트리 합류했지만 나아지지 않는 비난 여론
대수비, 대주자로 기용돼 자칫 일 그르칠 수도
국민스포츠로 사랑받는 야구가 이번처럼 외면 받는 경우가 있었을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야구대표팀이 팬들로부터 연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다. 일부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영광스러운 태극마크를 병역 기피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주인공은 LG 유격수 오지환과 삼성 중견수 박해민이다.
이들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병역 의무를 위해 상무에 입단할 수 있었지만 끝내 고개를 돌렸다. 9개월 뒤 열릴 아시안게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딴다면 2년의 공백 대신 억대 연봉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들이다.
결국 상무 지원을 포기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들은 나란히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모를 리 없었던 야구팬들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가하고 있다. 병역과 관련해 가뜩이나 예민한 한국의 정서상 이들에게는 병역 비리만큼의 주홍글씨가 새겨진 상태다.
선동열 감독의 안이한 대처도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선 감독은 지난 6월 최종엔트리 발표 당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뽑고 싶었으나 현 시점에서 그런 선수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포지션에서 잘 하는 선수를 뽑자고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오지환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지만, 궁색한 해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8일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더 어이가 없었다. 선 감독은 "6월 선발 당시 성적이 좋아 백업으로 생각하고 뽑았다"면서 "논란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로 생각하지만, 역경을 딛고 금메달을 따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팬들의 따가운 눈총은 알고 있지만 1등을 하면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는 결과지상주의에 사로잡힌 발언이었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고 논란의 오지환과 박해민은 자카르타로 향하는 선동열호에 몸을 싣는다. 금메달을 따면 곧바로 병역 면제, 아니라면 현역 입대라는 갈림길에 놓인 이들이다.
간과하지 말아야할 부분은 멘탈, 즉 정신적인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야구라는 종목의 특수성이다.
제 아무리 커쇼라도 멘탈이 흔들린다면 난타를 당한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때 증명됐다. 반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가 소위 ‘긁히는 날’을 만나 호투를 펼치거나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사례도 야구에서는 빈번하다.
선동열 감독의 발언 중 주목할 점은 바로 오지환의 현재 상태다. 선 감독은 현재 오지환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자칫 경기력으로 드러날 수 있다. 백업 자원으로 선발된 오지환과 박해민은 경기 후반 대주자 또는 대수비로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심적 스트레스가 상당한 이들이 경기에 나서 일을 그르치지 말란 법도 없으며, 만약 박빙의 상황이라면 그야말로 경기를 ‘지배’하는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기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병역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 차례라도 경기에 나서야 하며,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의 나지완(4타석 무안타)처럼 생색내기 기용이 이뤄진다면 ‘무임승차론’이라는 또 다른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뽑아 놓고도 망설여지게 될 오지환, 박해민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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