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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라고 부르나요?


입력 2018.08.03 01:00 수정 2018.08.03 06:03        이배운 기자

긍정적 가치평가 내포한 단어…“병역 거부행위 미화 우려”

종교적 병역거부자·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등 대체용어 필요

주한미군 장병이 GOP 동반 경계근무 체험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데일리안

국방부가 기존에 사용하던 ‘입영 및 집총거부자’ 용어를 포기하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사용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양심적’단어는 긍정적인 가치평가를 내포하고 있어 병역거부를 미화하고 병역의무 이행을 폄하하는 듯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해 자문위원회를 발족한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적 중요성을 고려해 법무부·병무청과 공동으로 실무추진단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가 표면에 떠오르자 각계는 이 용어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심적’ 단어에는 올바른·타당한·도덕적인·윤리적 등 칭찬의 뜻이 내포돼 있어 병역을 거부하는 행위가 긍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인식한 듯 병무청 등 군 당국은 그동안 ‘입영 및 집총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사용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에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용어를 통일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에 만족해하며 기뻐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학계는 ‘양심적 병역거부’ 용어가 남북전쟁 및 세계대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병역거부 사례를 겪었던 미국에서 그대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학 교과서에서 미국 대법원 판례상 용어인 ‘conscientious’를 ‘양심적’이라고 직역하면서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운환 한남대 법학부 교수는 “우리말의 양심적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가치평가적인 요소가 내포돼 있다”며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우리나라 헌법학자들은 이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종교적 병역거부자’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병역 거부자들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만큼 이를 명확하게 지칭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병무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3~2017년 발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총 2699명 중 2684명(99.4%)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다.

신운환 교수는 대체 가능한 용어로 ‘개인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제시한다. 특정 개인의 독특한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는 점을 보다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 신도 외 소수 개인적인 신념으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도 포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를 지속 사용할 시 병역거부가 범법행위라는 사실을 덮고 올바르고 당당한 행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는 병역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국방인력의 확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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