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시대 개막…건설업계, 인건비·공기 어쩌나
1일부터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본격적인 주 52시간 근무시대가 개막했다. 건설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비해 다양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도입하긴 했지만, 업종 특성상 이번 정책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2일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 노동자는 1주일 동안 노동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평일과 휴일근로를 포함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축소 제한됐다.
그동안 근로기준법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토·일 주말에도 각각 8시간씩 총 16시간의 휴일근로를 인정하고 있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68시간이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휴일근로도 최대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만큼 근무시간 단축이 현실화됐다.
이에 대형건설사 중에서는 GS건설이 적극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했다. GS건설은 6월 초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앞당겨 실시하면서 해외 건설현장에서는 3개월 단위,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2주 단위의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해외 건설현장은 11주 동안 주 6일 58시간을 일하고 나머지 2주에 휴가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3개월 동안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맞추고, 국내 건설현장은 1일 8시간 격주 6일 근무로 주 48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대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도 2주 단위의 탄력근무제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또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현 제도가 적지 않은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당 근로시간 단축으로 건설 현장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개선될 전망이지만, 공기가 길어질수록 출혈이 큰 건설업은 사실상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 증가는 물론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의 경우에는 계약서 기간 내 공기를 맞춰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수많은 공사현장에서 인건비 등은 특히 예민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현장의 경우에는 인력 충원이 제한된 만큼 공사 관리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파견인력의 경우 단순한 인건비 뿐 아니라 휴가비, 파견비 등 추가비용이 추가되는데 공기가 길어지면 회사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저유가 사태가 지속되며 해외 수주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수주금액이 계속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무가 적용되면 해외 건설현장의 비용과 공사 기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 등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외 건설 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당분간 시행착오가 불가피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제도의 탄력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건설 현장 근무시간뿐만 아니라 본사 일부 직원들도 이번 제도에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건설사 홍보팀 관계자는 “부서 간 회식은 노동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접대는 회사 측의 지시나 승인이 있을 경우에만 노동시간으로 간주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는데 실질적으로 어느 부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 모르겠다”며 “회식, 접대, 출장, 교육 등 형태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노동시간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해당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구분 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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