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위축되자 토지거래 '고개 쏙'...양도·보유세 개편에 눌릴까
지난달 토지거래량 10만건 돌파, 낙착건수와 낙찰률도 고공행진
다만 시간과 비용, 토지구분 등 고려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정부의 잇단 규제로 주택시장이 급속히 위축되자 한동안 잠잠했던 토지시장이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올초만해도 토지공개념 개정 움직임 등으로 주춤했던 순수토지거래량이 조정지역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시행 전후로 거래량이 눈에 띄게 올랐다.
이는 양도세 중과 대상인 토지를 팔려는 다주택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토지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 금융규제가 덜한 데다 상가나 다세대 주택 등을 지어 임대를 놓을 수 있어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투자자들이 아파트에 국한돼 있던 눈을 틈새시장인 토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토지의 경우 주택처럼 단기간에 차익을 노리기는 힘들고, 비상업용 토지는 양도세 중과에 포함되는 등 투자에 유의해야할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또 보유세와 재산세가 개편되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 무턱대고 호재를 따라 투자를 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이 주춤한 사이 토지시장이 조용히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감정원 집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순수토지거래량은 총 10만774건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달인 4월 9만8780건보다 2000건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순수토지거래량은 지난해 12월(10만7716여건) 이후 감소세(1월 9만9564건, 2월 7만7532건)를 보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개헌안에 토지공개념 규정 확대를 예고하면서 토지 거래가 뚝 끊긴 탓이다.
곧바로 분위기는 반전됐다. 개헌안이 철회되고, 조정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되기 이전인 3월 10만3713건이 거래되며 급상승했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는 듯 했다. 4월 토지거래량이 9만8780건으로 줄었다. 이는 비사업용 토지의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에 포함돼 토지 투자를 노리던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의 규제로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가자 투자자들이 다시 토지시장을 기웃거리는 모습이다.
실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5곳을 제외한 12곳의 지난달 순수토지거래량이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서울(4월 1427건→5월 1775건)을 비롯한 경기도(2만2736건→2만3019건)와 인천(2107건→2273건), 제주(2879건→3540건)와 세종시(1016건→1239건)의 거래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재개발 호재가 많은 부산(1265건→1921건), 대구(854건→1560건), 충남(9825건→1만83건) 등도 거래량이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토지에 쏠리는 투자 열기는 경매시장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국 토지경매 건수는 3978건으로 1581건이 낙찰됐다. 낙찰률은 74.2%로 여전히 높으 편이다.
특히 강원도의 토지경매 낙찰가율은 97.4%로, 앞선 4월(85.3%)보다 12.1%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남북·북미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강원도 내 평화지역(접경지역)을 향한 투자 기대감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 토지의 경우 주거용 부동산보다 금융규제가 덜하고, 빌라와 상가를 지어 금리 이상의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어 투자자들이 호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조현욱 더굿경제연구소 부사장은 “부동산 투자자들이 앞으로 몇년간은 아파트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낮다고 판단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토지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토지투자는 환금성이 낮고, 시간과 비용 많이 들어가고 토지 구분 등이 쉽지 않아 입지와 상권 등을 더욱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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