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트럼프, 정치·외교도 ‘거래’
김일성·김정일보다 ‘공격적’ 김정은
사업가 트럼프, 정치·외교도 ‘거래’
‘인생은 경쟁’…세상은 승자·패자 뿐
김일성·김정일보다 ‘공격적’ 김정은
트럼프 저서 ‘거래의 기술’ 독파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핵 담판을 앞둔 세계의 이목이 싱가포르 협상 테이블에 쏠리고 있다.
북·미 정상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성사 직전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을 전격 취소하는가 하면, 바로 다음날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
말그대로 ‘예측불허’, 변덕스러웠던 과정만큼이나 협상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정상의 스타일로 본 싱가포르 회담의 관전포인트는 무엇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인보다 사업가로 더 오랜 세월을 보낸 사람이다. 그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로부터 어려서부터‘인생은 경쟁’이고 세상은 승자와 패자로 나뉜다고 교육받았다.
그에게‘패배’는 곧 괴멸을 의미했고 트럼프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항상 승자가 되려 했다.
이런 그의 배경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치인’ 트럼프에게도 모든 것이 거래와 관련돼 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모든 협상과 거래에서 그는 승리를 원한다.
실제 지난 2016년 대선 유세연설 당시 트럼프는 “우리는 매우 많이 이길 것이고 모든 면에서 승리할 것이다”며 “당신은 너무 많이 이겨서 이기는 데 지겨워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제발 그만 이겨요, 이정도면 충분해요’라며 내게 말할 때에도 나는 ‘아뇨 우린 계속 이겨야 합니다 더 이겨야 해요’라고 답할 것”이라며 ‘승리’를 향한 끝없는 욕망을 드러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협상 상대인 김정은 위원장은 만만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이나 할아버지 김일성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스위스 유학파로 서구문물을 일찍부터 접했기 때문에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보다 거리낌 없다.
미국을 향해 서슴 없이 비난과 폭언을 일삼다가도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통보했을 때는 한발 물러서는 자세로 다시 회담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김일성·김정일과 다른 김정은식 협상 스타일을 짚어냈다.
정 의원은 “김정일 전 위원장은 수동적인 입장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를) 이끌어낸 건데, 이번에는 아들(김정은)이 훨씬 공세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스케일이 큰 측면도 있다”면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선제적이고 공세적으로 손을 내민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기술을 담은 저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을 김 위원장이 독파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중론이다.
미국 NBA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맨(Dennis Rodman)은 지난해 6월, NBA 광팬인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해 김 위원장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 로드맨은 최근 미국 매체 TMZ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지난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그 책을 읽으며 트럼프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난 2일(현지시간)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을 보면 트럼프의 스파링 상대인 김 위원장은 ‘거래의 기술’을 마스터했다”고 평가했다.
승리를 좋아하고 성과지향적이며 충동적인 면모는 두 정상을 관통하는 수식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과격 행보 못지않게 김 위원장은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명문화하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두 번이나 불러들이는 적극성을 보였다.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을 송환시키는 등 트럼프의 ‘맞수’로서 대범한 행보를 드러냈다.
‘세기의 핵 담판’을 벌일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지만 두 정상의 행보로 미뤄, 테이블은 언제든 엎어질 수 있는 살얼음판이다. 불과 1년 전 서로를 향해 ‘미친 개(sick puppy)’, ‘늙다리 미치광이’라며 폭언과 핵 엄포를 주고받던 두 정상이 어떤 합의를 끌어낼지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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