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엇박자 신태용호, 플랜B가 없다?
정말 시간이 없다. 이미 모든 준비가 끝났어야 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 들어섰다. 대회 개막까지 약 2주 여일을 앞두고 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신태용호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펼쳐질까.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3일 전지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앞서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서 1-3으로 패했던 대표팀이다.
지난달 28일 온두라스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좋았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보스니아전 완패로 월드컵 본선에서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온두라스, 보스니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신태용 감독은 최종 23명 명단을 추려내기 위한 선수 점검과 전술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여기에 한 가지 빼놓지 않은 것은 플랜 B 확보였다.
신태용 감독은 여전히 스리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다. 월드컵 본선에서 플랜 A인 4-4-2에만 의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번 국내 평가전에서 실험은 불가피했다.
보스니아전에서는 기성용이 스리백의 한 가운데에 포진하는 변형 스리백이 가동됐다. 그러나 예견된 실패였다. 기성용에게 센터백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전체적으로 수비 조직력 붕괴는 당연했고, 어리숙한 대응으로 공간을 쉴새없이 내줬다.
스리백을 가동한 강팀과의 경기에서 모두 대량 실점이다. 러시아(2-4패), 모로코(1-3패), 폴란드(2-3패)에 이어 다시 한 번 3실점이다. 본선에도 오르지 못한 보스니아에게 무려 3골을 헌납했다면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에서는 그 이상의 대량 실점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무엇보다 플랜 A인 포백 수비도 안정감을 구축하지 못한 상황인 것이 큰 걱정거리다. 김민재, 김진수가 부상으로 최종 23명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장현수는 아직까지 부상으로 인한 컨디션 저하로 인해 훈련에 불참한 시간이 길었다.
그렇다고 수비에만 문제점이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드필더들의 경기 운영 능력도 낙제점에 가까웠다. 기성용이 후방으로 내려감에 따라 허리에서 매끄러운 빌드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정우영은 수 차례 패스 미스를 반복했고, 구자철은 적은 활동량과 반 박자 느린 템포로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3-4-1-2의 ‘1’ 자리를 맡은 이재성은 동점골을 비롯해 3선과 최전방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수행하는 등 영리한 움직임으로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후반 들어 동료들의 체력 저하 탓에 위력이 반감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최전방 조합 역시 신태용 감독을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손흥민-황희찬 투톱이 두 경기 연속 실험대에 올랐다. 개개인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클래스를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손흥민은 온두라스전에서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황희찬은 2경기 연속 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투톱 조합은 시너지 창출이 아닌 오히려 상극에 가까웠다. 성향이 다른 듯 보이면서도 비슷하다. 손흥민은 강력한 양발 슈팅과 득점력을, 황희찬은 저돌적인 전진성과 압박이 뛰어나다.
반면 공간을 파고 드려는 움직임이 중복되고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투톱은 서로의 단점을 채워주고 유기적인 호흡을 통해 공격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1+1이 ‘1’에 머무른다면 투톱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손흥민은 2선까지 내려와서 플레이 메이킹에도 참여했다. 이는 손흥민의 장점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힘을 비축하면서 상대 골문과 가까운 지점에서 공을 받고, 단독 돌파나 슈팅을 통해 한 방을 해결하는 것이 손흥민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전술이다.
가장 큰 호평을 이끌어낸 것은 지난해 11월 콜롬비아전에서 나타난 손흥민-이근호 조합이었다. 당시 이근호는 많은 활동량과 침투로 수비를 흔들었고, 이에 손흥민은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며 멀티골을 작렬했다. 하지만 믿을 만한 무기였던 이근호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 대체자를 선발하지 않은 채 손흥민-황희찬 투톱에 의지하고 있다.
실험과 실패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상황에서 통쾌한 반란을 기대할 수 있을까. 남은 2주 동안 새로운 해법을 들고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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