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 “조양호 일가 OUT"...시민들도 호응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광화문 촛불집회’ 개최
경찰 추산 500명 참가...1시간30분동안 평화롭게 진행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광화문 촛불집회’ 개최
경찰 추산 500명 참가...1시간30분동안 평화롭게 진행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갑질과 탈세 등 불법적 행동에 촛불을 들었다.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로 시작된 회장 일가의 악행에 결국 을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4일 오후 6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영화 '브이 포 벤데타'로 유명해진 저항의 상징 '가이 포크스' 가면이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여 앉기 시작했다. 7시에 가까워 오자 계단은 20여개가 넘는 계단에는 집회에 참가하는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과 시민 등이 가득 메웠다.
7시가 되자 이번 갑질 논란 이후 조직된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추최한 ‘조양호 일가 퇴진과 갑질 근절을 위한 1차 광화문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지난 2014년 ‘땅콩회항’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의 사회로 시작된 집회에서는 참가자들이 약 3분 안팎의 자유 발언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의견을 개진하고 구호를 외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박 전 사무장은 “이 자리에 온 분들은 아마 모두 같은 마음으로 왔을 것”이라며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을 권리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이렇게 나오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회에 참가한 직원들은 ‘조양호 OUT', '조양호 일가는 한국을 떠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조현민을 구속하라’, ‘조양호는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직원들은 자신의 신원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가면과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은 가렸지만 조양호 일가의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한 집회 참가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또 이들은 수사당국에 ‘갑질’과 탈세, 폭행 등 현재 불거진 이슈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도 촉구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대한항공 전직 직원 하효열씨는 자신을 17년전 노조를 조직하다 해고된 사람으로 소개 한 후 조양호 일가를 퇴진시키고 새로운 대한항공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하 씨는 “이번 집회를 준비한 직원들이 노조와 외부단체의 참여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 현재 노조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많아졌다”면서도 “그 때 제대로 못해서 여기까지 오게된 것 같은데 웃는 마스크(가이포크스)를 쓰면서까지 집회에 참가한 것을 보니 회사를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집회가 시작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집회 참가자 수는 더욱 늘어나 계단 옆쪽으로 마련했던 통로로 이동이 어려워질 전도였다.
경찰은 이 날 집회 참가자 수를 약 500명으로 추산했고 이 중 대한항공 전·현직 임직원들은 약 300명 정도로 추정됐다. 이는 직원연대가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할 때 예상했던 인원 100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양호 회장 일가를 몰아내고 자신들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날 집회에서는 조 씨 일가에 대한 퇴진 구호 외에도 ‘자랑스런 대한항공, 지켜내자 대한항공’, ‘사랑한다 대한항공’ 등의 구호도 쏟아졌다. 또 이들은 과거 유명한 노래인 ‘아! 대한민국’을 ‘아!대한항공’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자신을 6년차 대한항공 조종사로 밝힌 한 직원은 “조 회장 일가의 잘못된 경영 행태가 회사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으로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전문경영인 도입을 통해 이를 바로잡고 다른 오너가 대기업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시민들도 큰 호응을 보내며 대한한공 직원들을 격려했다. 많은 시민들이 집회 시작 전부터 대한항공 직원들과 함께 계단에 앉아 집회에 동참할 뜻을 내비쳤고 일부는 호루라기와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을 나눠주며 집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자신을 50대로 소개한 한 시민은 “조 회장 일가의 갑질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회에 나오게 됐다”며 “회사 사주라고 해도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집회는 8시30분에 평화롭게 종료됐고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이들은 향후 일주일 내에 2차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수사와 퇴진 요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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