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외투지역 신청 보완 요구 '묵묵부답'…산업부, "해주고 싶어도..."
미래차 배정 리스크 대비 법인세 감면 효과 미미
외투지역 지정 신청 철회하거나 산업부에 공 떠넘길 가능성도
미래차 배정 리스크 대비 법인세 감면 효과 미미
외투지역 지정 신청 철회하거나 산업부에 공 떠넘길 가능성도
한국지엠 부평·창원공장의 외국인투자지역(외투지역) 지정이 답보 상태에 빠졌다. 한국지엠이 외투지역 신청 변경안을 내놓으라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한국지엠이 산업부의 요구에 응할 만큼 외투지역 지정에 따른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판단 하에 신청을 철회하거나 무작정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이날까지 외투지역 지정 관련 투자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신청한 부평·창원 공장의 외투지역 지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지정을 결정할 만 자료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최근 GM 측이 외투지역 지정 관련 투자계획 변경안을 제출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GM 본사와 산업은행이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여기에는 외투지역 지정을 가를 미래형 자동차 배정을 위한 한국지엠의 투자계획이 포함돼 있지 않다. 기존 투자계획만으로는 외투지역 지적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앞서 한국지엠은 지난 3월 13일 각각 인천시와 경남도에 한국지엠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외투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이후 경남도는 지난달 4일, 인천시는 지난달 12일에 각각 산업부에 해당 신청안을 제출했다.
지정 검토에 착수한 산업부는 한국지엠이 제출한 신청안에 담긴 투자계획이 미흡하다며 지난달 중순 한국지엠 측에 투자계획 변경안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가 변경을 요청한 투자 내용의 핵심은 자율주행차 기능이 탑재된 차량, 친환경차 등 미래형 자동차 배정에 대한 내용이다.
산업부는 해당 내용이 담긴 투자계획안이 있어야 외투지역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가 부평·창원 공장에 배정돼야 앞으로 이들 공장의 운영이 5년, 10년으로 연장될 수 있고, 미래형 자동차 배정에 따른 GM의 장기적 투자와 일자리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에서는 외투지역으로 지정되려면 신청 기업이 5년간 3000만 달러 이상 투자하고, 시설 신설 요건 등을 충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산업부는 외투지역 신청 기업의 투자실행가능성, 지역간 균형발전 및 국토의 효율적 이용, 고용 증대 등을 고려해 외투지역 지정을 최종 결정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국지엠의 변경안 제출이 깜깜 무소식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GM 본사와 산은이 지난달 27일 도출한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잠정합의안'에는 양측이 총 71억5000만달러(약 7조7000억원)을 신규 투자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이 자금이 외투지역 지정을 가를 한국지엠 부평·창원공장의 미래형 자동차 배정 관련 투자금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GM이 굳이 수요가 많지 않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생산을 한국에 배정해 가면서까지 외투지역 지정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외투지역 지정을 받은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최대 혜택은 5년간 법인세를 100% 감면받고 이후 추가로 2년간 50%로 감면받는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앞으로도 3~4년간은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흑자를 내더라도 지난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해 당분간 법인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지엠 공장들이 외투지역으로 지정받더라도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기껏해야 2년간(지정 6~7년차) 받는 법인세 50% 감면 정도일 것”이라면서 “전세계 판매량이 3만대 정도에 불과한 볼트 EV같은 미래형 차를 한국에서 생산할 정도로 매력 있는 혜택은 아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에서 외투지역 지정 요건을 갖추기 위해 GM 본사의 글로벌 제품개발 및 생산 계획을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굳이 외투지역 지정에 얽매이지 않고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수정안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부에 공을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산업부로서는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외투지역 신청을 승인했다가는 특혜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한국지엠이 이대로 시간을 끌면 자연스럽게 산업부 쪽에서 승인을 거부하는 모양새가 갖춰진다.
산업부 관계자는 “GM과 산은이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외투지역 지정 검토에 도움을 줄 내용이 있었다면 산업부도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외투지역 지정에 무게를 두겠지만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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