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항공...'조현민 갑질'로 본사 압수수색
회의 참석자 휴대전화 확보 차원...말맞추기·회유·협박 시도 확인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직원 인사 연기 우려도
회의 참석자 휴대전화 확보 차원...말맞추기·회유·협박 시도 확인
뒤숭숭한 회사 분위기...직원 인사 연기 우려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파문이 오너가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대한항공 본사까지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날 경찰과 회사측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 20분께부터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무실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범위는 본사 6층에 있는 조 전무의 사무실과 마케팅부서 사무실 등으로 통상적인 서류 등이 아닌,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전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전무를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출국정지한데 이어 광고대행사와 회사 압수수색을 연이어 단행하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격적인 압수수색 단행...수사 강도에 긴장감 높아져
경찰은 휴대전화를 확보해 갑질 행위가 발생한 광고 회의 이후로 서로 말 맞추기나 회유·협박 시도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미 전날 오후 서울 마포구 소재 광고대행사를 압수수색해 회의 참석자들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녹음파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날 압수수색 단행으로 대한항공의 위기감은 커지는 모습이다. 경찰이 내사를 수사로 전환하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향후 경찰 수사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경찰 수사를 보면서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 전환과 함께 조 전무를 출국정지와 함께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 전무는 이르면 다음주 초쯤 경찰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를 대행하는 A 업체의 광고팀장 B 씨에게 폭언과 고성을 지르고 물컵을 던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조 전무가 물을 뿌린 것에 그치지 않고 유리컵을 던졌다면 폭행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관세 포탈 의혹이 제기되면서 총수일가 전체가 사면초가에 빠지는 모습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대한항공 해외 현지 지점을 이용해 고가의 명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국내로 반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세청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현재 관세청은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고가 명품에 대한 관세 포탈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부와 조현아·원태·현민 등 3남매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관세청 조사와 국토부 감사...엎친데 덮친격
여기에 국토부도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진에어 등기이사 불법 재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 감독 소홀 논란에 대한 감사로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이유를 밝히겠다는 것으로 조사 결과에 따라 대한항공에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국적자인 조 전무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는데 이는 국적기 면허를 발급받으려면 항공사 임원 중 외국 국적자가 있어선 안된다는 항공사업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당시 항공법령에는 등기이사 변경 등에 관한 보고 의무 조항이 없어 지도·감독 제도상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잇따르는 의혹 제보와 함께 정부 기관의 수사와 조사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회사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조 전무의 대기 발령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당초 예정됐던 직원들의 인사도 지연되고 있다. 예년이면 3월 말에 마무리됐을 인사가 이달을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회사측은 임원인사가 예년에 비해 늦은 3월에 나면서 직원인사가 늦어진 것일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무의 갑질 논란뿐만 아니라 오너 일가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한꺼번에 제기되면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대한항공 내부에서 향후 파장이 크겠지만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다 털고 가자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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