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정부의 적폐답습…포스코 회장은 '동네북'
권오준 회장 임기 2년 남기고 중도사퇴
'배경은 정권압박…조직보호 위한 용퇴' 분석 지배적
권오준 회장 임기 2년 남기고 중도사퇴
'배경은 정권압박…조직보호 위한 용퇴' 분석 지배적
문재인 정부도 포스코 회장 자리를 그대로 놔두지 못하는 것은 다른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였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임기를 2년 남기고 중도사퇴하면서 포스코 직원들은 매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동네북’ 신세가 되는 것에 대해 한탄을 내뱉고 있다.
권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긴급 임시 이사회에서 퇴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상 후임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2020년 3월까지 2년의 임기를 남겨놓고 있었다.
사퇴 배경으로는 '새로운 100년을 위한 변화'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권 핵심으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게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설이 파다하다. 정권의 압박이 아니었다면 포스코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이끌고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능력을 검증받은 상황에서 권 회장이 사퇴할 이유는 없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특히 새로 바뀐 정권마다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곤 했던 KT가 황창규 회장의 검찰 조사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 권 회장에게 더 큰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회장직을 유지할 경우 포스코에 대한 각종 의혹 조사가 본격화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고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용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들이 마음먹고 달려들면 뭐라도 걸리지 않겠느냐”면서 “개인비리쪽에 걸리는 게 없다면 회사가 타깃이 될 텐데, 결국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용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기마다 새로운 회장을 맞아들여야 하는 포스코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포스코 한 직원은 “적폐청산을 국정기조로 내세운 정부라길래 이번만큼은 민간기업인 포스코 회장 자리를 좌지우지하는 적폐에서 벗어날 줄 알았더니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면서 “현 정권이 ‘적폐’라고 비난한 과거 정권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은 “과거 부실을 걷어내고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완수한 권 회장이 갑자기 물러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가 동네북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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