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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협력사 8000명 정규직 고용...무노조 경영 변화 오나


입력 2018.04.17 15:51 수정 2018.04.17 19:24        이홍석 기자

합법적 노조 활동 인정 명시...다른 계열사 영향 미칠듯

LG유플러스 등 동종업계·택배·물류 업체들의 변화 주목

최우수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오른쪽)가 17일 서울 가든호텔에서 나두식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과 협력업체 직원 직접 고용 합의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삼성전자
합법적 노조 활동 인정 명시...다른 계열사 영향 미칠듯
LG유플러스 등 동종업계·택배·물류 업체들의 변화 주목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직원 8000명을 모두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향후 산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무노조 경영 원칙을 표방해 온 삼성의 노조 정책에 큰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서비스는 17일 간접고용(비정규직) 형태의 협력업체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고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도 합의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 제품의 국내 사후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전국 180여개 서비스센터를 관리하는 것을 주 업무로 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직접 고용 대상이 되는 직원들은 가전 설치·수리 기사들로 협력사 90곳의 근로자 약 8000명 가량이 될 전망이다.

이는 단일기업 기준 최대 규모로 회사측은 노조 및 이해당사자들과 빠른 시일 내에 직접 고용에 따른 세부 내용에 대한 협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처우는 현재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설치·수리 직원들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직접 고용은 협력사 직원으로 있던 가전 설치·수리기사들을 회사 소속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직급과 연봉 등 세부 내용은 협의에 따라 정해지겠지만 처우는 협력사 소속일 때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서비스 업무 절차도 보다 단순화됐다.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서비스 업무 절차가 기존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에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로 한 단계가 줄어든데 따른 것이다.

다만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기존 협력사들은 서비스 위탁계약 해지와 직원 부족으로 회사 유지가 어려워졌다. 삼성은 이에 대해서도 협력사 대표들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보상 방안 등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서비스지회 합류로 삼성에 8개 노조 활동

이번 조치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노조 정책의 변화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정규직 전환과 함께 합법적인 노조 활동 인정을 명시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이 날 발표를 통해 “앞으로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노사 양 당사자는 갈등관계를 해소하고 미래 지향적으로 회사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그동안 무노조 경영 원칙을 적용해 온 삼성의 노조 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전경.ⓒ연합뉴스
현재 삼성에는 삼성생명·삼성증권·삼성물산(에버랜드)·삼성SDI·삼성엔지니어링·삼성웰스토리·에스원 등에 노조가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소규모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는 차이가 있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정규직 전환과 함께 노조 인정을 요구해 왔다. 이번 정규직 합의로 두 가지 모두 수용되면서 노조 활동에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협력업체 노동자에서 원청업체 정규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면 자연스럽게 노조가 계승되면서 노사 협상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삼성전자서비스의 모회사이자 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노조가 없는 계열사에도 노조가 설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이러한 파격적 조치에는 최근 노조와해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 등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노조 문건 관련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 12월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해 “되도록이면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앞으로 저희 사업장 말고도 협력사까지도 작업환경이나 사업환경을 챙기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다른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의 이번 직접 고용 조치가 유사한 성격의 업무로 비슷한 상황인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이번 정규직 전환 조치가 서비스 설치·수리 기사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자와 통신분야 계열사들이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삼성전자서비스와 비슷한 구조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LG유플러스는 협력사를 통해 초고속인터넷 및 인터넷TV(IPTV) 설치·사후관리(AS) 관련 업무를 위탁해 수행해 왔다.

회사측은 여전히 인터넷서비스 설치 및 사후관리 서비스 기사들의 문제는 협력사에서 정규직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기사 노조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현재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통신 분야인 SK브로드밴드는 이미 지난해 6월 근로환경 개선과 서비스 품질, 홈 기업서비스센터의 경영난 해결 등을 위해 자회사 ‘홈앤서비스’를 설립하고 정규직 전환 고용을 하고 있다.

오는 7월까지 인터넷·IPTV 설치 및 사후관리 관련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103개 홈센터 직원 5189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추진 중이다. KT도 이미 유료방송 및 인터넷 설치수리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케이티에스(KTs)를 두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이미 서비스센터와 직접 계약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LG전자가 개인사업자인 각 지역 서비스센터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다소 형태가 다르다.

이외에 업무의 성격이 비슷한 택배·물류회사의 택배기사들도 향후 직접 고용을 통한 정규직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CJ대한통운 등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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