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생보사 자본력 또 악화…저축성상품 공포 더 커졌다


입력 2018.04.17 06:00 수정 2018.04.17 10:14        부광우 기자

지난해 말 RBC비율 260.9%…전년比 47.9%P↓

손보업계는 상승세…다가오는 IFRS17 우려 증폭

국내 40개 보험사의 지난해 말 평균 지급여력(RBC)비율은 252.4%로 전년 말(276.6%) 대비 24.2%포인트 하락했다. 2016년 말(449.0%)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200%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자본력이 일 년 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추세만 놓고 보면 조만간 추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몇 년 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되면 과거 생보업계의 효자 상품이었던 저축성 보험마저 재무 건전성을 깎아먹을 독으로 돌변할 것으로 보여 공포감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40개 보험사의 평균 지급여력(RBC)비율은 252.4%로 전년 말(276.6%) 대비 24.2%포인트 하락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로 이 수치가 떨어질수록 자본 여력이 악화됐다는 의미다.

업권별로 나눠 보면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생보사들의 평균 RBC비율은 260.9%로 같은 기간(308.8%) 대비 47.9%포인트나 떨어졌다. 2016년 말(449.0%)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188.1%포인트 급락하며 200%포인트 가까이 낮아진 수치다.

생보사별로는 KDB생명의 RBC비율이 108.5%로 가장 낮았다. 이는 손보사를 포함해 보험사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DB생명(174.2%)·신한생명(175.4%)·현대라이프생명(175.9%)·하나생명(178.3%)·흥국생명(180.2%)·DGB생명(184.2%)·KB생명(186.8%) 등 생보사들의 RBC비율이 200% 아래에 그쳤다.

손보사들의 RBC비율은 꾸준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직 생보업계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지만 점차 격차를 좁히며 역전을 넘보는 모양새다. 손보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RBC비율은 238.2%로 전년 말(222.9%) 대비 15.3%포인트 올랐다. 2016년 말(218.6%) 보다는 19.5%포인트 상승했다.

개별사 가운데서는 MG손해보험의 RBC비율이 111.0%로 손보업계에서 최하를 나타냈다. 이밖에 흥국화재(164.6%)·롯데손해보험(170.1%)·한화손해보험(180.7%)·현대해상(186.8%)·메리츠화재(189.8%)·KB손해보험(190.3%) 등 손보사의 RBC비율이 100%대에 머물렀다.

생보업계의 RBC비율 하락 추세에 더욱 걱정 어린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앞으로 추가적인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사들은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다. 그런데 2021년 IFRS17이 본격 시행되면 이 같은 저축성 보험들은 생보사들에게 상당한 자본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IFRS17이 적용되면 기존 원가 기준인 보험사 부채 평가는 시가 기준으로 바뀐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판매된 저축성 보험은 IFRS17 아래서 보험사 재무 부담을 키울 주범이 될 전망이다. 리스크가 커지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업권 특성 상 생보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축성 상품 판매가 적었던 손보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생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RBC비율 관리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로 하여금 100% 이상의 RBC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는 RBC비율 100% 미만 시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 시 경영개선 요구, 0% 미만 시 경영개선 명령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주로 보장성 위주로 상품군이 구성된 손보사들과 달리 생보사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워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팔아 온 만큼 IFRS17 시행에 따른 RBC비율 악화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라며 "당장 자산과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IFRS17의 방식을 담은 신 지급여력제도가 시행되면 이런 영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