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신 폭 좁아진 한은…한·미 금리격차 더 벌어지나
미국 금리인상 속도 전망 속 상반기 금리인상 사실상 물건너가
물가 우상향 둔화, 원화강세 등 발목…"연내 한차례 정도 인상"
최근 글로벌 주요국 금리 정상화가 속도를 내는 분위기이지만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점점 가늠하기조차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연내 추가 인상이 확실시되는 미국과 달리 원화강세와 물가 등 변수가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으면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4월 기준금리를 현 1.5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1.6%로 전월대비 0.1%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앞서 시장에서는 이주열 총재가 연임하면 통화의 연속성이 가능해져 금리인상 가능성이 당초 예견된 시기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발목을 잡았다.
최근 축산물가격 하락과 석유류가격 상승폭 둔화 여파 등으로 소비자물가는 1%대 초중반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갔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1%대 초중반을 나타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에는 금리인상이 힘들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올 하반기 이후에 물가상승 압력 확대의 배경으로 수요측 요인을 지목했는데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하반기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경기회복 경로가 유지될지를 확인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오는 7월쯤에는 금리인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현재 국내 통화정책 환경에서는 소수의견 개진이 금리인상에 대한 가이던스 역할을 하는데 물가는 그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높지 않다"며 "기준금리 인상 일정이 다시 하반기로 늦춰지면서 당분간 국내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크게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를 단순히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본다"며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들로 가계부채와 소비자물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을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연구원은 "2분기에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고 3분기 중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7월이나 8월중 인상 여부에 따라 4분기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원화강세가 물가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도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3%이므로 1% 중반대는 확인이 되어야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미국은 달러 약세가 물가상승, 정책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만 국내는 원화강세가 물가하락의 요인으로 금리인상을 제약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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