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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새바람 제약업계…'미투 폭로'에 오명


입력 2018.03.10 06:00 수정 2018.03.10 08:06        손현진 기자

'탄력근무제' 만들고 '사내 어린이집' 짓고…워라밸에 바쁜 제약업계

글로벌 제약사서 '미투' 고발…성평등 지표선 앞서

최근 '워라밸' 문화가 제약업계에서도 강화되고 있지만,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내부고발이 나와 기업문화의 실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제약이 마련한 카페식 업무공간 모습. (자료사진) ⓒ서울제약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등 변화가 최근 제약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다. 타 직종에 비해 조직문화가 딱딱한 것으로 알려진 업계에 모처럼만의 새바람이지만 최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일환으로 고발이 잇따르면서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탄력근무제나 근로시간 단축, 휴무일 확대 등 대표적인 '워라밸 제도'를 도입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워라밸'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제약사들도 이같은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워라밸이 좋으면 연봉이 낮아도 이직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이 전체의 58.3%로 절반을 웃돌았다. 그러나 제약업계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워라밸이 좋지 않다는 쪽에 더 가깝다.

업계는 이같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임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달 26일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창립이래 처음으로 연말 휴가를 도입하고, 올해 예정된 휴무일 전체를 공지해 직원들이 미리 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올해 주 5일제를 엄격히 지킬 경우 총 119일을 쉴 수 있지만, 동아쏘시오홀딩스 직원들은 총 132일을 쉬게 된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이밖에도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패밀리&캐주얼데이'로 정하고 있다. 이날은 편안하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고, 평소보다 1시간 일찍 귀가할 수 있다. 대웅제약도 여건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부분근무·재택근무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운영 중이다.

또 지난 6일 GC녹십자는 경기도 용인 본사에 업계 최대 규모의 사내 보육시설을 오픈했다. 임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줄이는 게 워라밸의 시작이라는 판단에서다. GC녹십자도 동아쏘시오홀딩스처럼 자율복장 데이와 패밀리 데이 등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GC녹십자의 사내 어린이집. ⓒGC녹십자

이처럼 업계에선 워라밸 열풍이 불고 있지만 내부 문화는 현실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다국적제약사 한국얀센에서 7년간 근무한 여자 직원이 그간 겪었던 성희롱과 언어폭력을 고발하는 사내메일을 발송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해당 직원은 메일에서 "역시 여자 팀원이 들어오면 불편하다", "모 팀장은 여직원을 불편해 해서 뽑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영업조직에서 자주 오르내렸다고 했다. 이밖에도 여자 직원에게 점수를 매기고, 상급자가 몸을 기대앉아 허벅지를 만졌다는 사례도 전했다.

그는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 공기처럼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모두 인지하길 바란다"는 메일 취지를 덧붙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얀센 측은 "어떤 종류의 괴롭힘도 사규 위반이므로 이번 일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사실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외자사가 국내 주요 제약사보다도 업무 환경이나 기업문화가 더 좋다고 알려진 탓에 충격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6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발간한 '글로벌제약 기업문화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제약사는 ▲다양성(나이·성별·직급별 동등한 기회와 보상 제공) ▲성평등(성평등한 인사 및 승진 평가) ▲워라밸(유연한 근무환경 구축) 등에서 일반기업 대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일반기업의 여성 고용비율은 평균 36%에 여성임원 비율은 17%에 그쳤지만, 글로벌 제약사는 여성 고용비율이 45%인데다 여성임원은 53%의 비중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성평등 지표에서 앞서있는 글로벌 제약사 중 한 곳에서 미투 고발이 나온 것이다.

추가 폭로가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조짐은 아직 없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보수적인 문화가 짙은 업계 특성 탓이다.

한 국내 제약회사 직원은 "과거에 비하면 나아졌지만 거래처에 대해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접대나 군대식 상하관계 등 남성적 문화가 근절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굳이 업계에서 추가 폭로가 나오지 않더라도 미투 운동이 그간의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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