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안희정, 비서發 ‘미투’…곪았던 정치권도 터졌다
국회의원 비서관 “보좌관으로부터 성추행 당했다”
안 충남지사 정무비서 “8개월간 4차례 성폭행당해”
사회 전반으로 확산 중인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의 불이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현직 국회의원의 보좌진이 국회 내 첫 번째 ‘미투’에 동참한 데 이어,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성폭행 사실까지 폭로돼 충격을 주고 있다.
5일 국회 홈페이지에는 '용기를 내보려 합니다'는 제목으로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고 성폭행 피해 사례를 밝힌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비서관이라고 소개한 A씨는 해당 글에서 "2012년부터 약 3년 간 근무했던 의원실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고 결론 내렸다"며 함께 일하던 보좌관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던 사례를 밝혔다. 가해자는 현직 국회의원실의 보좌관이다.
A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A씨에게 입맞춤과 특정 신체부위를 만져달라는 등의 요구를 여러 차례 했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화로 음담패설을 늘어놓거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아무도 없을 때 둘 사이에서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에 증거를 모을 수도, 누구에게 말을 할 수도 없었다”며 “당사자에게 항의도 해보고, 화도 내봤지만 소용없었다. 가해자는 ‘가족만큼 아낀다’, ‘동생 같아서 그랬다’라는 변명만 늘어놨고, 항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의원실 내에서의 저의 입지는 좁아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많은 보좌진들이 그렇듯이 저 역시 생계형 보좌진이다. 먹고 살아야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경력이 쌓일 때까지 사직서를 낼 수 없었다”면서 “의원실을 옮길 때조차 같이 일한 직원들, 특히 함께 일한 상급자의 평판은 다음 채용 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자신의 수행비서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저질러 온 사실이 밝혀졌다.
안 지사의 정무비서인 김지은 씨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 지사에게 8개월에 걸쳐 4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씨는 지난 선거 기간 안 지사의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수행비서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정무비서로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이 자리에서 "안 지사가 지난 달 미투 운동이 (각계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내게 ‘미안하다, 잊어버리라’고 하고서는 그날 역시 또 성폭행을 했다“면서 이를 계기로 언론에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안 지사가 "부적절한 관계는 인정하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며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주장한 것과 관련, 김 씨는 “저는 지사님과 합의를 할 만한 사이가 아니다. 지사는 제 상사이고 무조건 따라야하는 사이다. 지사와 저는 동등한 관계가 아니다”라며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번 고발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그 어느때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과 보좌진 간 관계는 문화예술계, 법조계보다 상명하복 질서가 더욱 뚜렷한 만큼, 보좌진 그룹 내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 보좌진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에는 성추행·성폭행 피해를 토로하는 글이 여러 차례 올라온 바 있다. 이에 대해 피해를 폭로한 A씨는“퇴직자가 아닌 이상 같은 업무 공간에 존재하는 전·현직 의원실의 가해자를 고발하기 어렵다"면서 "숨죽이며 살아가고 있는 많은 피해자들이 스스로의 치유를 위해 함께 나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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