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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별 사절단’ 꺼낸 文, 한반도 주도권 잡을까


입력 2018.03.04 14:29 수정 2018.03.04 14:47        이슬기 기자

"인물보다는 메시지가 중요" 北 입장은 불변

비핵화 '결정권자' 김정은 만날지는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서 독립문까지 만세 행진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북 특별 사절단을 파견한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남북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며 ‘평창 외교’ 승기를 잡은 데 이어, 특사 카드로 한반도 운전석을 점하겠다는 뜻이다.

사절단 구성에는 북한과의 실질적 대화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 특히 현 정부 인사 중 백안관과의 가장 긴밀한 소통이 가능한 정 실장을 단장으로 세웠다. 아울러 이례적으로 장관급 2명을 사절단에 포함하되, 각각 대북·대미 소통 전문가인 서 원장과 정 실장을 선택했다.

핵심은 '메시지'다. 인적 구성보다는 이들이 어떠한 내용을 전달할지에 따라 사절단의 성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에 비핵화 및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전달했지만, 북 측은 이렇다 할 응답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오는 4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취소를 요구하며, 언론을 통해 "남북대화와 화해국면이 계속 이어지는가 아니면 대결과 긴장 격화로 되돌아가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합동군사연습 재개에 달려 있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우)과 서훈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된 대북 특별 사절단이 오는 5일 북한을 방문한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 특별 사절단 파견이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직접 확인할 첫 기회이지만, 정작 김 위원장을 만나지는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과의 만남은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면서 "문 대통령이 김여정 특사를 접견했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만 답했다.

실제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003년 임동원 전 장관이 대북 특사로 파견됐지만,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것조차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핵보유국 인정’ 및 ‘대북제재 완화’라는 북한의 목표에는 전혀 변화가 없고, 이를 위해선 미국과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즉, 북한으로서는 남북 접촉은 사실상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보조적 단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비핵화를 설득하고 구체적인 단계도 제시했지만, 김영철이나 북한 대표단에겐 그걸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북한의 입장은) 김정은 위원장만 알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특히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리대사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이미 미국에 연락을 취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의 ‘결정’을 촉구한 것 역시 우리 정부의 역할이 크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북 대화 또는 북미 대화의 기회를 시간 벌기용으로 사용하는 대신, 북한의 직접적인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북 특사로 누가 가느냐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들고 가느냐가 문제”라며 “사실상 비핵화 빼고는 들고 갈 메시지가 없는데, 북이 그것을 받아들일 리가 있겠나. 우리가 대북 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오히려 한미군사훈련 취소 요구를 (우리가) 받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 교수는 또 “북한은 이미 미국과 어떻게 접촉해야 할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북미 간 채널이 있다. 주한미국대리대사도 최근에 이러한 발언을 했지 않나”라며 “우리 정부가 이렇게 북한과 오가는 과정에서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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