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의약품 판매 '눈앞'…국내선 "온라인 거래 시기상조"
아마존, 일반약 판매에 이어 처방약 판매허가도 받아…의약품 사업 '본격화'
국내 업계는 '아마존 효과'에 회의감…"한국은 의약품 온라인 거래에 보수적" 지적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복제약 판매에 착수하면서 현지 의약품 전문 유통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선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긴 하지만, 아마존의 의약품 사업으로 인한 영향을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CNBC 방송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아마존은 미국 제약사 페리고의 일반의약품(OTC)을 판매하는 전용라인을 공개했다. 이전에도 처방전이 필요없는 진통제 '애드빌', 감기약 '뮤시넥스' 등을 판매했지만 특정 제약사에 맞춰진 전용라인을 만든 건 처음이다.
일반약 판매를 늘릴 뿐 아니라 전문의약품(ETC) 유통망도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0월 미국 12개 주에서 전문약 판매허가를 받고, 처방전에 따라 약물을 제공할 약사도 고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약국에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약을 사서 복용하는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의약품을 저렴한 가격에 대거 유통할 경우 이들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탓이다. 이에 일부 의약품 도·소매업체들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판매 계약을 맺으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CVS 헬스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회사 애트나를 인수했고, 의약품 유통업체 '월그린스'는 제약사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아마존은 복제약 제조업체와도 사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노바티스의 복제약 자회사 산도즈(Mylan), 밀란(Sandoz) 등 제약사들과 물밑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앞으로 복제약을 유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로썬 기업간 거래가 될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업이 될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세계 최대 '유통 공룡'인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을 수년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GC녹십자, 대웅제약,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이 미국 당국의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는 당장 '아마존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시각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현지 파트너사를 통해 유통하고 있고, 아마존이 아니더라도 이미 다양한 채널로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며 "특정 제품군이 형성한 시장에서 아마존을 활용해 조금 더 점유율을 높일 수는 있겠지만 의약품 시장 전반에 대한 변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미국 진출 현황을 보면 전체 판매량이 300억원 규모로 미미한 수준이라 아마존의 의약품 사업으로 받을 타격도 적을 것"이라며 "현지 온라인 판매도 물량조달을 대량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의약품 온라인 유통 확대를 촉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업체와 약사간 거래를 제외한 의약품 온라인 판매를 원천 금지하고 있고, 이익단체들의 반대도 있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 확대는 시기상조"라며 "의약품은 엄격하게 다뤄야한다는 시각이 아직 팽배해서 관련 제도가 개선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말했다.
아마존이 의약품 사업에 나선 것은 현지 유통환경의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어 "한국은 집앞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바로 약을 살 수 있는데 미국은 땅덩어리가 커서 처방약에 대한 접근성도 낮다"며 "물론 상업적 측면도 있겠지만 의약품에 대한 낮은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관련 사업을 펼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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