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들, 다주택 규제에 발등 불…과연 1주택자 될까?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이 국민 평균 2배에 달해
부동산 정책 직간접 영향 있는 관계자들 상당수는 강남권에 거주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위주의 정책을 발표하는 가운데, 다주택을 소유한 고위공직자들과 여당 의원들에 대한 여론이 달갑지 않다.
대다수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이 국민들 평균 보다 높아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는 비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주택자로 돌아서며 정부 참모들과 여당 의원들도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등 야권에서 당시 정부 1급 이상 고위공직자의 40%가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라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정부 내각과 여당 의원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관련 인사들이 최근 주택을 일부 처분하고 있는데 대해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강력한 규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고 여론이 거세지자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는 처분하는 분위기라고 해석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분변동으로 재산이 공개된 87명의 고위공직자 가운데 열명 중 세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3일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통해 전·현직 고위공직자 87명의 재산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이들 87명은 지난해 11월 신분변동이 발생한 사람들로, 이 가운데 21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이들이고, 나머지는 승진자(23명), 퇴직자(38명) 등이다.
87명 중 고위공직자중 29.88%인 26명이 2주택(주거용 오피스텔, 분양권, 소유 주택 포함) 이상의 다주택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가장 최근의 통계에서 국내 주택소유자 중의 다주택자 비율인 15%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만약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주상복합,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의 주택 소유를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 높아진다.
이번에 재산공개된 고위공직자중 본인소유 2주택자는 21명으로 전체의 24%로 나타났으며, 3주택자는 3명(3.4%)이었다.
이밖에 무주택자로 공개된 고위공직자는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비롯해 5명(5.7%)이었다. 이들은 전세권만을 소유하는 형태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본인소유나 배우자 소유 혹은 공동명의 등으로 1주택을 소유한 고위공직자는 56명(64.3%)으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은 여전히 국민 전체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주택 소유현황에서 전체 국민중 2주택자 이상의 다주택자는 197만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택을 소유한 이들 가운데 14.9%에 해당한다. 이번에 재산공개된 고위공직자들의 다주택자 비율은 이들의 두 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 모두를 투기꾼이라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공직자의 다주택 소유는 자칫 의혹이 따르고 대중에게 갖가지 시그널을 양산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정책에 관여하는 고위공직자 중 상당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묶어 아파트값 상승세를 잡겠다고 밝힌 만큼 강남권 아파트 소유에 대한 국민들의 눈총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 1급 이상 고위 공직자 655명 중 강남 4구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275명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정책에 직간접으로 연관돼 있는 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손병석 국토부 제1차관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익아파트 전용면적 151㎡를 소유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전용 59㎡)을 보유 중이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 84m2)는 갖고 있다.
이 밖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강남구 청담동 오페라하우스2차),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등이 강남권에 고가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