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김연아 바람, 불 아닌 꿈 밝혔다
‘불멸의 피겨 퀸’ 김연아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김연아는 9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최된 제23회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성화봉송 주자들은 한국 스포츠를 빛낸 선수들로 채워졌다.
쇼트트랙 여왕 전인경과 골프여제 박인비,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 안정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정수현, 박종아 순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수현, 박종아는 평화올림픽 취지에 걸맞게 성화를 함께 잡고서 최종주자 김연아에게 전달했다. 김연아는 성화 주위에 설치된 미니 은반에서 아름다운 스핀을 보여준 뒤 점화했다.
김연아가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선 건 의미가 크다. 4년 전 소치올림픽에서의 아픔을 딛고 스포츠 외교관으로 귀환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소치 대회에서 쓰린 눈물을 삼켰다. 무결점 연기를 펼쳤지만 러시아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정상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복수의 외신은 “김연아가 개최국(러시아)의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에 희생당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김연아의 금메달을 확신한 이탈리아 중계진은 뒤바뀐 판정에 분개하며 국제빙상연맹(ISU)이 스스로 피겨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다. 피겨에 회의감이 들 만한데도 은반에 머물며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와 함께 평창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2011년 개최권 획득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개최 당위성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해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에도 김연아의 행보는 눈부시다.
스포츠 외교관으로 성장한 김연아는 지난해 11월 미국 뉴욕 UN본부(유엔)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특별 연사로 연단에 올랐다. 평창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하는 자리에 연사로 나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두 차례 올림픽에 나서 인종·지역·언어·종교의 벽을 뛰어넘는 스포츠의 힘을 체험했다"며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 당시 남북 선수단이 경기장에 동시 입장하는 것을 보면서 스포츠의 위대함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평창올림픽 대표단은 남북한 사이의 얼어붙은 국경을 뛰어넘어 평화적 환경을 조성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평창올림픽은 평화와 인류애라는 올림픽 정신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아의 말은 사실이 됐다.
김연아의 바람처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했다. 이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정수현, 박종아가 함께 성화봉송 주자로 나섰고 김연아가 최종 점화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크게 감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막식이 열린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엔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제1부부장도 자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과 악수하며 평화 무드를 조성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이끈 김연아, 성화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스포츠 외교관으로 성공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김연아가 평창올림픽에서 선수가 아닌, 올림픽 조직위원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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