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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늘린 농협생명 영업 성과는 "글쎄"


입력 2018.01.23 06:00 수정 2018.01.23 10:00        부광우 기자

지난해 1~10월 설계사 초회보험료 254억…보장성 강화 탓

방카슈랑스 비중 96% '최고'…"판매 구조개선 필요" 지적

농협생명이 지난해 1~10월 설계사 판매 채널을 통해 올린 초회보험료 수익은 254억원으로 전년 동기(431억원) 대비 40.9%(176억원)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가리킨다. 즉, 농협생명의 경우 설계사를 통해 새로 판매된 상품 규모가 1년 새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NH농협생명이 설계사 조직 영업 확대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생보업계가 전반적으로 설계사 수를 줄이고 있는 흐름과 달리 현장 영업 조직 확대에 나섰지만, 방카슈랑스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구조 탓인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농협생명이 지난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방카슈랑스 영업 규제 적용을 유예 받는데 성공하면서 한시름을 덜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과 같은 영업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설계사 조직의 역량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농협생명이 설계사 판매 채널을 통해 올린 초회보험료 수익은 254억원으로 전년 동기(431억원) 대비 40.9%(176억원)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가리킨다. 즉, 농협생명의 경우 설계사를 통해 새로 판매된 상품 규모가 1년 새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설계사를 줄이고 있는 다른 생보사들과 반대로 농협생명은 설계사 조직 규모를 상당히 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뼈아픈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말 기준 농협생명 소속 설계사 수는 2448명으로 전년 동기(2107명) 대비 16.2%(3451명) 늘었다. 반면 생보업계 전체 설계사 수는 같은 기간 12만7554명에서 10만9592명으로 14.1%(1만7962명) 줄었다.

추이를 떠나 절대적인 실적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농협생명 내에서 설계사들이 갖는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농협생명 설계사 채널의 지난해 10월 누적 초회보험료는 같은 기간 회사 전체 초회보험료의 2.1%에 불과하다. 이 기간 국내 3대 생보사인 삼성·한화·교보생명의 경우 각각 초회보험료의 24.3%, 41.6%, 62.7%를 설계사 판매에서 거둔 것과 비교하면 극히 적은 비율이다.

대신 농협생명은 다른 생보사들에 비해 유독 방카슈랑스 영업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1~10월 초회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한 비중은 96.4%에 달했다. 이는 국내 전 생보사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처럼 농협생명이 경쟁사들에 비해 방카슈랑스 판매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관련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상 은행은 연간 판매한 방카슈랑스 총액 중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25%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카 룰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런데 현재 농협은 이 같은 규제 적용을 유예 받고 있어 농협생명은 마음껏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태다. 특히 지난해 3월 종료예정이었던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방카 룰 적용 유예 기간이 2022년 3월까지 연장되면서 4년여의 시간을 더 벌게 됐다.

보험업계는 농협생명이 이런 배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규제 유예 기간 종료 때까지 방카슈랑스 영업에 매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패턴을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는 없는 만큼 하루 빨리 설계사 조직과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IFRS17 도입에 맞춘 시스템 정비 과정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설계사를 통한 초회보험료가 줄어든 것은 최근 저축성에서 보장성 상품 위주로 영업 정책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해당 판매 채널의 영업력이 떨어진데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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