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오너 2·3세 잇단 승진…'오너리스크' 극복은 과제
올해 제약사 오너 2·3세 상무·부사장·사장 선임…잇따른 임원 승진 눈길
30~40대 젊은 임원진으로 '세대 교체'…오너리스크 문제는 해결 과제로
올해 제약업계 임원 인사에서 오너 2, 3세들이 잇따라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젊은 임원진이 이끄는 경영 혁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오너리스크' 확대에 따른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은 새해 임원 인사를 통해 임성기 회장의 장녀 임주현 전무와 차남인 임종훈 전무를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두 사람은 모두 2007년 한미약품에 입사해 1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됐다.
1974년생인 임주현 부사장은 글로벌 전략과 인적자원개발(HRD) 업무를, 1977년생인 임종훈 부사장은 최고정보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임종훈 부사장은 한미IT의 자회사인 의료기기 물류회사 '온타임솔루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임 회장의 세 자녀 중 첫째이자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앞서 2016년 한미약품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단독 대표에 오른 바 있다. 이번 인사로 임 회장의 세 자녀가 모두 경영 일선에 배치되면서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다.
삼진제약도 2세 경영의 기틀을 다지고 있다. 공동 창업주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의 2세가 각각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 회장의 딸인 최지현 신임 상무는 마케팅과 홍보를, 조 회장의 아들인 조규석 상무는 경리 및 회계 업무를 담당한다. 1974년생인 최 상무와 1971년생인 조 상무는 2015년에도 나란히 이사로 승진한 바 있다. 조 회장의 차남인 조규형 이사대우도 올해 이사로 승진했다.
신신제약도 지난 2일 이사회를 열고 창업주인 이영수 회장의 아들인 이병기 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96년부터 2016년까지 신신제약 비상임 감사를 지냈다. 2016년에는 신사업개발 이사를 맡으면서 신 공장과 R&D 센터 설립, ETC(전문의약품) 시장 진출 등을 이끌었다.
올해 승진 명단에 오른 오너 3세들도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약품의 오너 3세인 이상준 부사장은 올해 사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부터 경영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진 이 사장은 2011년 현대약품 등기임원으로 선임됐으며, 2012년 3월부터는 미래전략본부장으로 신규사업과 R&D 부문을 이끌었다. 올해부터는 신규사업 및 R&D부문 총괄사장으로 임하고 있다.
올해 'GC'로 사명을 바꾸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한 녹십자홀딩스도 오너 3세가 임원 인사 명단에 포함됐다. 오너 2세 허일섭 GC 회장의 아들인 허진성 GC 부장은 1983년생으로, 지난 2일부로 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Green Cross Bio Therapeutics) 상무가 됐다.
캐나다 현지법인인 GCBT는 혈액제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녹십자의 북미 시장 공략에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허 상무는 이같은 해외 진출 전진기지를 총괄하게 됐다.
지난해 3월에는 허용준 당시 부사장이 GC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바 있다. 허용준 대표의 형은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다. 두 사람은 허일섭 회장의 형인 고(故) 허영섭 회장의 아들로, 녹십자의 '오너 3세 형제경영' 체제를 이끌고 있다.
동화약품은 오너 4세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의 외아들인 윤인호 이사는 초고속 승진으로 입사 4년만인 올해 상무에 올랐다. 윤 상무는 2013년 동화약품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해 중추신경계팀 차장, 전략기획실 부장,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등을 거쳤다. 윤 상무는 앞으로 생활건강사업부와 일반의약품(OTC) 영업·마케팅을 총괄하게 된다.
동화약품의 전신은 1897년 민강 선생이 설립한 '동화약방'이다. 1937년 고(故) 윤창식 명예회장이 동화약품을 인수했고, 지금까지 오너 경영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2008년부터 경영 전면에 나선 윤도준 회장은 윤창식 선생의 손자이며, 윤 이사는 증손자다. 윤 회장의 장녀인 윤현경 상무도 더마톨로지 사업부 총괄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오너 경영 체제를 택하고 있는 곳이 많다. 오너의 방만한 경영이나 '갑질 경영'으로 기업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너가 출신의 젊은 경영진의 역량도 이같은 오너리스크를 넘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성공적인 신약개발에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는 제약산업 특성상, 당장 수익성이 낮더라도 신약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줄 오너가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면서 "책임경영은 강화하되 오너리스크는 최소화할 수 있도록 소통을 강화하는 등 내부 문화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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