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부터 알리자"…해외 신시장 입성 속도내는 K패션
해외진출 리스크 '줄이고' 글로벌 입지 '높이고'…패션업계 해외전략 다변화
내수 어렵지만 글로벌 시장은 훈풍…해외 소비자와 접점 확대 노력
패션업계가 지지부진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발을 넓히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특히 해외 직진출에 따른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에 앞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패션기업 한섬의 자회사 현대G&F는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각각 영캐주얼 'SJYP' 쇼룸을 운영한 결과, 약 100만 유로(약 13억원)의 주문 실적을 올렸다고 전했다. 쇼룸은 특정기간 동안 현지 패션·유통 바이어에게 브랜드 제품을 알리는 공간으로, SJYP는 지난해 1, 2, 9월 세 차례에 걸쳐 해외에서 쇼룸을 운영했다.
회사 측이 밝힌 지난해 총 누적 수주액은 약 500만 유로(약 64억원)로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현대G&F 관계자는 "주문 금액은 홀세일(도매) 가격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가로 환산하면 1000만 유로가 훨씬 넘는다"며 "올해 목표한 예상 주문량보다 25% 초과 달성할 정도로 해외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쇼룸의 인기에 따라 현대G&F는 지난해 테스트 차원에서 진행한 미국 뉴욕 쇼룸을 본격 운영하고, 중국 등 아시아에도 쇼룸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0년까지 이같은 홀세일 비즈니스로 1000만 유로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내놨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은 연간 1~2%대 저성장에 머물러 있지만, 글로벌 패션 시장 규모는 리테일을 기준으로 2014년 1조3000억달러에서 지속 성장해 2019년엔 1조7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현지의 경쟁 브랜드뿐 아니라 문화와 기후 차이까지 고려해야 하는 해외 진출에 앞서, 브랜드를 알리면서도 시장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방안들을 활용하고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는 어떤 해외시장에 진출하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디자이너의 개성과 명성으로 쌓은 글로벌 입지가 중요하고, 유럽의 상징적인 편집숍에 입점하는 것 또한 글로벌 패션 소비자와 바이어에게 의미있게 비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LF는 지난해 주력 브랜드 '헤지스'를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선보였다.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5일까지 세계 3대 편집숍의 하나인 '꼴레뜨' 쇼윈도에 전시됐고, 파리 마레지구에 팝업 스토어 매장을 오픈해 '아티스트 에디션'의 첫번째 컬렉션을 판매했다.
LF 남지현 마케팅실장은 "파리 꼴레뜨 입점 및 쇼윈도 전시, 마레지구의 팝업스토어는 헤지스가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넘어 패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시험하고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브랜드로 발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데뷔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헤지스는 지난해 11월 베트남에도 1, 2호 매장을 열었다. 베트남 롯데백화점 하노이점 1층에 남성·여성·액세서리 라인 제품을 모은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고, 4층에는 헤지스골프 매장이 단독으로 들어섰다. 헤지스는 이 2개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현지 백화점 유통망을 통해 15개 매장까지 늘릴 방침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남성복 '준지'와 여성복 '구호'의 해외 입지를 다지고 있다. 준지는 지난해 9월 홍콩 최대 패션박람회 '센터스테이지'에 게스트 디자이너로 선정돼 패션쇼를 진행했다. 10년여간 세계 4대 패션쇼에도 꾸준히 참석하면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30여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구호도 지난해 9월 뉴욕 맨해튼에서 2018년 봄·여름 시즌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프레젠테이션에는 세계 주요 백화점 및 온라인몰 바이어, 유명 패션 매체 디렉터 등 300여명이 자리했다. 2016년 미국에 첫 발을 들인 구호는 뉴욕의 유명 백화점 '버그도프굿맨', 홍콩 럭셔리 백화점 '레인크로포드' 등에 입점해 해외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YG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의 스트릿 캐주얼 '노나곤'은 지난해 11월 일본의 대표 패션그룹인 베이크루즈의 셀렉숍 '펄프'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펄프는 유행 스타일의 탄생지로 불리는 시부야 캣스트릿에 있는 셀렉숍으로, 노나곤은 팝업 매장을 통해 일본시장 내 인지도를 높여갈 예정이다.
또 다른 패션업체 관계자는 "리스크가 큰 직진출 외에도 라이선스 사업이나 파트너십 체결 등이 활용되고 있는데, 팝업 매장이나 편집숍 입점으로 꾸준히 브랜드를 알리면 해외진출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며 "각 나라의 다양한 진입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느리더라도 신중하게 해외전략에 나서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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