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뷰티 브랜드 1위' 설화수 잡은 LG생건 '후'…진검승부는 차세대 브랜드로


입력 2018.01.10 06:00 수정 2018.01.10 05:55        손현진 기자

LG생건 '후', 1위 브랜드…아모레 '설화수'와 경쟁

성장세 빠른 '숨', 주춤한 '이니스프리'에 촉각

LG생활건강의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가 지난해 매출 규모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를 따라잡고 국내 톱 브랜드에 올랐다. 중국 상하이의 한 백화점 내 '후' 매장.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의 궁중 화장품 브랜드 '후'가 지난해 매출 규모 면에서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 '설화수'를 따라잡고 국내 톱 브랜드에 올랐다. 양대 화장품 업체의 대표 브랜드 간 엎치락뒤치락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설화수와 후를 잇는 후발 브랜드의 역량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두 회사는 자사 1위 브랜드에 집중하면서도 매출 극대화를 실현해 줄 새 주자의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8일 LG생활건강은 2003년 탄생한 자사 브랜드 '후'가 지난해 1조42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대한민국 1위를 넘어 아시아 1위 브랜드로 등극했다'고 전했다. 50년 이상 걸려 1조 클럽에 입성한 글로벌 브랜드들과 비교하면 빠른 성장세가 견인한 성과라는 것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내수침체와 중국 관광객 수의 급격한 감소로 시장이 어려웠지만 '후'는 국내와 중국,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속 성장해 지난해 아시아 톱 브랜드 반열에 등극했다"고 강조했다.

'후'는 매년 약 40%씩 매출을 늘려왔다. 특히 2006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인기가 높았던 배우 이영애를 모델로 발탁한 이후 큰 폭으로 성장해 2009년 매출 1000억원에서 2014년 4000억원, 2015년 8000억원, 2016년 1조2000억원, 지난해 1조4000억원대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단일 브랜드 최초로 1조 매출을 돌파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아모레퍼시픽

반면 1997년에 론칭한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후'보다 1년 앞선 2015년 1조 매출을 달성했지만 이를 달성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8년으로 후(13년)에 비하면 5년 더 소요됐다.

그간 '설화수'는 브랜드 가치만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기조에 따라 전속모델을 쓴 적이 없었지만 지난해 말 배우 송혜교를 발탁하면서 더욱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을 예고하기도 했다. 송혜교는 앞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숍인 에뛰드, 이니스프리 모델로 일했고 2008년부터 10년간 라네즈 모델로 활동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은 자연·발효 화장품 브랜드 '숨'의 성장세도 빠른만큼, 올해 2개 주력 브랜드 매출을 더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숨'의 매출은 38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상하이 지우광 백화점의 '숨' 매장.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의 후발 브랜드는 국내 브랜드숍 1위를 달리는 '이니스프리'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 하반기 국내외 매출을 합산해 1조원을 넘겼다. 기존 선두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이었다. 이니스프리의 비약적 성장을 이끈 안세홍 전 이니스프리 대표는 지난해 10월 인사에서 아모레퍼시픽 신임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재 두 업체의 후발 브랜드 간 매출은 '이니스프리'가 '숨'보다 크게 높지만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초 중국 사드(THAAD) 보복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다.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2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1% 감소한 1535억원, 영업이익은 64.6% 감소한 222억원이었고, 3분기 매출은 14.6% 줄어든 4930억원, 영업이익은 41.4% 감소한 890억원을 기록했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많아지면 다시금 국내 화장품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단체 관광객이 예전만큼 대거 한국을 찾을지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뷰티 편집숍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숍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점은 변수다.

LG생활건강은 후발 브랜드인 '숨'에 대해 "후와 유사한 성장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후'가 브랜드 탄생 10년을 맞은 2013년 매출 2000억원을 올렸는데 '숨'은 출시 10년 만인 2016년에 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차세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회사 측 말대로 '숨'이 '후'의 성장세를 그대로 따라간다면 향후 2~3년 내 1조 브랜드를 달성하며 이니스프리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사드 보복 여파가 한창이었던 지난해도 LG생활건강의 두 브랜드는 전년도와 비교해 더 빠른 매출 성장을 이뤘다. 이에 따라 두 업체간 후발 브랜드 육성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의 유니온스퀘어에 오픈한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모습.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은 중화권 성장세가 둔화한 데 따라 글로벌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면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2016년 베트남에 진출한 데 이어 지난해 인도네시아로 시장을 확대했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향후 1조 브랜드를 늘려 2020년까지 매출 12조원, 해외 매출 비중 50%를 목표로 잡고 있다. 1~2개 극소수 브랜드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설화수·라네즈·마몽드·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를 '5대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도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및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핵심은 '고급화' 전략이다. 앞서 '숨'은 중국 현지에 진출하면서 최고급 백화점 입점을 빠르게 늘렸다.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을 포함 아시아 지역에 70여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 주요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국내외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주력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최근 국내 영업환경이 큰 변화를 겪은 만큼 대표 브랜드 전략을 재편하는 업계 손길이 더욱 바빠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손현진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