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고위급 남북회담 성사…서로 다른 美中日 노림수
美 “남북대화 성사 우리 덕분…북미 협상 가능성 열릴 수도”
中 “접촉 자체가 환영할만한 일…쌍중단 확대기회 삼아야”
日 “북한, 20년간 국제사회 속여…핵 개발 시간 버는 수작”
한미연합훈련 연기 및 남북고위급 회담 성사로 남북 화해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환영의 뜻을 내비추고 있다.
반면에 일본은 북한이 회담을 수락한 속내는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용 이라고 지적하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美 “남북대화 성사 우리 덕분…북미 협상 가능성 열릴 수도”
미국은 지난 3일까지 북한의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남북대화 추진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분위기 전환을 통한 북한 비핵화 진전으로 내부의견을 조율한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가 북한에 대해 우리의 모든 힘을 쓸 의지를 보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남북대화가 이뤄졌겠느냐”며 공을 내세웠고, 국무부는 “미국 주도로 많은 국가들이 동참한 압박 캠페인이 없었다면 남북 전화통화 재개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그간 제기돼온 대북강경책 실효성 논란을 봉합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어 백악관은 “두 정상이 최대의 대북 압박 캠페인을 지속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에 힘을 실어주되 일정 경계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또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남북 고위급 대화는 미국이 포함된 협상의 가능성을 열수도 있다”며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전쟁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中 “접촉 자체가 환영할만한 일…쌍중단 확대 기회로 삼아야”
중국은 우리 정부의 남북고위급 회담 제의 이후로 남북대화 성사를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위기가 진정되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 압박이 줄고 미국과 마찰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특히 한미 정상의 한미군사훈련 연기 합의에 반색했다. 한국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는 중국식 북핵문제 해법인 이른바 ‘쌍중단’에 대한 진전이 이뤄진 덕분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5일 한미연합훈련 연기에 대해 “교착된 국면을 깨뜨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은 쌍중단의 양상은 매우 짧지만 소중하다”고 호평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남북 양측의 접촉에 어떤 속내가 있든지 접촉 자체가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6자 회담을 재개해 정세 완화가 지속되고 각국이 상호 접근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日 “북한은 20년간 국제사회 속여…핵·미사일 개발 시간 버는 수작”
반면 일본은 북한의 갑작스러운 유화 제스처는 한미 분열을 겨냥한 이간이라며 한미일 대북 공조 약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 정부의 불분명한 스탠스는 북핵·미사일을 겨냥한 강경 조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 신문은 이날 고위급 남북회담 성사를 보도하며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 선수단 파견을 협의하면서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요구해 한미 관계를 흔들 것으로 보인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수락한 의도는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시간 벌기용 아니냐’는 질문에 “이런 일은 지난 20년간 자주 반복돼 왔다”며 남북대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도 “과거 북한이 대화의 자세를 보여 국제사회가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속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북한을 불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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