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도 신종자본증권 만지작...보험권 커지는 빚부담
"IFRS17 대비" 한화·교보·흥국생명 등 대규모 발행 잇따라
채권 발행으로 자본 확충?…4~5년 전만 해도 불안한 시선
"언젠가 돌아올 빚일 뿐…위기 모면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
국내 보험사들의 빚 부담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앞서 자본 확충이 시급해지자 예년에는 검토하지 않았던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꺼내들고 있어서다. 특히 올해들어서는 대형업체들의 발행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언젠가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밖에 없는 미봉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흥국생명 등 총 세 곳이다.
포문을 연 곳은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국내에서 30년 만기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이어 한화생명은 최근에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 중이다.
교보생명도 지난 7월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생명도 지난 달 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신종자본증권 발행 일정을 확정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자본 조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IFRS17 때문이다. 2021년 IFRS17이 시행되면 지급해야 할 보험금인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은 현행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된다. 이에 가입 당시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해야 하고 그만큼 보험금 부담이 늘어난다. 결국 회계상 자본이 줄고 부채 규모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 방법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는 이전까지 생보사들은 자금 수혈을 위해 주로 후순위채를 택해 왔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늘어난 이유는 자본 확충 측면에서 후순위채보다 유리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보통 30년 이상인 초장기채여서 전액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후순위채는 만기 5년 전부터 자본 인정액이 매년 20%씩 깎인다.
문제는 그 만큼 발행한 회사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신종자본증권의 만기가 최장 10년인 후순위채의 만기보다 3배나 긴 대신 발행금리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드문 일이었다. 국내 보험업계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2014년 코리안리가 첫 사례다. 당시 코리안리는 신종자본증권을 통한 자본 확충 시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긴 스탠더드앤드푸어스의 약정서를 들고 가서야 금융위원회를 설득할 수 있었다.
보험업계는 이때만 해도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은 물론 후순위채 발행에만 나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꼬집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서는 보험사들이 대규모 채권 발행에 성공한 것이 마치 재무적 건실함을 보여주는 것처럼 자랑하고 있는데, 4~5년 전만 해도 보험사가 자본 조달 수단 중 가장 일반적인 후순위채만 꺼내들어도 불안의 시선이 존재했다"며 "종류가 무엇이 됐든 자본 확충을 위해 채권 발행까지 꺼내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곧 부실 위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살아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위기만 넘기는 전략으로는 결국 IFRS17 시대에서 보험사들이 생존하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IFRS17은 보험사들이 일시적인 성장이 아닌 기본기 자체를 다질 수 있는 경영을 이끌어 나가도록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보험사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은 언젠가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올 빚일 뿐으로 차후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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