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수출주 '시무룩', 내수주 '기대'
올해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인 코스피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원화 강세로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주도해온 수출 위주의 대형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들어 코스피지수는 0.65%(16.59p) 하락했다. 그간 박스피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보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운수장비 업종이 -3.34%로 하락세를 주도했고 운수창고(-3.38%), 전기전자(-2.01%), 철강금속(-1.96%) 업종 등이 뒤를 받쳤다.
개별 종목별로는 운수장비 업종에서 대표종목인 현대차 3형제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며 업종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차는 각각 6.92%, 4.69%, 1.86% 하락했다. 현대미포조선(-12.81%), 한국항공우주(-9.15%), 현대중공업(-7.02%), 대우조선해양(-4.90%) 등 수출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후장대 업종을 위주로 주가 하락이 눈에 띈다.
그 외에 대한해운(-21.06%), 현대상선(-18.18%), 현대글로비스(-5.62%), 한진(-3.13%) 등 운수창고 업종과 철강금속 업종의 풍산(-7.13%), 현대제철(-4%), 세아베스틸(-3.30%), POSCO(-2.15%) 등 수출 위주 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고 코스피 상승장을 사실상 견인해온 삼성전자도 이달들어 0.40%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올해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내수주는 조금씩 반등하는 모양새다. 사드 관련 이슈가 해소 국면으로 접어드는데다 정부의 일자리창출 등 정책적 뒷받침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내수주 업종인 음식료 업종은 이달 들어 2.59% 상승했고 서비스 업종도 1.64% 상승했다. 코스닥에서도 유통(32.30%), 섬유·의류(15.45%), 오락·문화(13.98%), 음식료·담배(7.09%) 업종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수출주가 주춤하고 내수주가 회복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원화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주는 가격경쟁력이 하락하는 반면 내수주나 수입품목인 원재료를 가공하는 업종은 반사이익을 얻는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 속 내수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정부의 정책 기조로 내수 부양 효과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며 "내수주 강세는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용석 KB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강세를 지속하면서 의류, 유통, 음식료 등 내수주가 강세를 나타냈다"면서 "원화 강세를 빌미로 상반기 급격히 올랐던 대형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움직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원화 강세는 무역수지의 후행현상이라며 최근 코스피 대형주의 하락은 단순히 차익실현 매물에서 기인했다는 주장도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는 경제가 좋다는 것이고 무역수지가 좋다는 뜻이다. 원화 강세가 수출주 하락을 야기했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코스피 대형주의 하락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올라간 것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로 봐야한다"며 "우리나라 무역지표가 좋으니 수지가 좋고 그러니 돈이 많이 들어오고 그러다보니 원화가 강세가 됐다. 지금은 잠시 쉬어가는 조정장으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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