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절름발이 질주'...부익부 빈익빈 심화
상승 7거래일간 기관자금 71% 상위 100종목에 몰려
"준공적자금 투자하는 코스닥 활성화 목적 빛바랜다" 지적도
코스닥시장이 최근 기관의 투자비율 증대 등으로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소형주는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나타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있다. 증권가는 상승세만 보고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에 대한 경계를 조언하는 한편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목적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연속으로 상승한 지난 8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간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위까지 대형종목은 평균 13.49% 상승했다. 101위부터 400위 사이는 평균 6.14%고 401위 이하 소형 종목은 1.84% 상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9.11% 상승한 것과 비교한다면 사실상 소외를 넘어 '퇴보' 수준이다.
이 같은 코스닥 대형주 위주 상승장은 기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기관은 최근 7거래일 간 코스닥시장에서만 1조3279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기관의 전체 순매수 금액 중 71%에 해당하는 9420억원이 코스닥 상위 100위 매수에 편중됐다. 같은 기간 101~400위 종목 매수에 들어간 금액은 2558억원에 불과하고, 401위 이하 종목은 오히려 174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승 7거래일간 기관자금 71% 상위 100종에 몰려
"준공적자금 투자하는 코스닥 활성화 목적 빛바랜다" 지적도
코스닥지수 자체가 워낙 좋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중소형주 소외가 두드러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개별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매니저들이 코스닥지수에 연동해 기계적으로 수익을 내는 대표 '패시브' 상품인 코스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거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5일 기준 액티브 펀드매니저 자금이 대부분인 '자산운용' 부문(투자 주체별 기준)의 코스닥 관련 7개 ETF의 순매수액은 이달 들어(1~14일) 109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ETF 매매를 거의 하지 않던 연기금 역시 106억원을 사들이는 등 '벤처·중소기업'을 발굴하기보다 지수 연동 상품인 ETF투자 비중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작년 코스닥 합산 영업이익은 9조4000억원 수준인데 전체 상장종목의 약 9%인 119개 종목이 전체 영업이익의 44%인 4조1000억원을 차지했다"며 "중소 벤처기업은 대체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조롭고 부침이 심한 데다, 주주환원책이 없거나 회계가 불투명해 계속기업으로서 확신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수의 상승세가 뚜렷한데 굳이 위험요인이 많은 중소 벤처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코스닥의 '부익부 빈익빈'은 코스닥을 활성화시켜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마중물이 풍부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도와는 상반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이 가장 중요한 투자 척도라는 전제하에 "물론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되면 그 온기가 전체 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가 준(準)공적자금인 연기금 등까지 동원해 코스닥 수요 확대책을 내건 이유는 코스닥 활성화를 통한 벤처·중소기업 육성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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