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은 같지만 마진은 다른 ‘PB의 두 얼굴’
NB제품 대비 20~30% 가격 저렴…가성비 트렌드와 맞물려 급속 성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PB제품의 판매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PB는 'Private Brand'의 약자로,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 상품을 의미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생산은 기존 제조업체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NB(제조사 보유 브랜드)제품과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생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공장에서 태어나지만 다른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두 상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로 마진이다.
동일한 라인에서 생산되지만 NB제품의 경우 자사 브랜드 제품이기 때문에 일정 비율 이상의 마진율이 보장되지만, PB제품은 유통사의 협상력이 강하게 작용해 실제 제조업체의 마진이 낮은 편이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소비자들은 비슷한 상품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 가격을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NB제품 대비 20~30%가량 저렴하다.
유통업체는 PB 판매 비중이 늘어날수록 이익률이 높아진다. 마진은 적지만 박리다매 식으로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다. 각종 규제로 인해 신규 점포 출점이 제한된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는 대안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에 따르면 유통점포의 PB 매출 비중이 1%p 상승하면 해당 점포의 매출액이 평균 223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를 생산하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곤란한 점이 더 많다. 기존 자사 제품(NB)과 콘셉트가 유사한 PB제품이 많아질수록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PB 제휴 요청을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소비 트렌드가 대형마트에서 편의점으로 이동하면서 편의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PB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편의점은 전국 방방곡곡에 위치해 신제품을 빠르게 홍보할 수 있는 데다 빠르게 변화는 소비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채널이기 때문이다. PB가 제조업체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제조업체의 경우 장기간의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보다 트렌드에 맞춰 기존 제품을 변형하는 형태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실패 확률도 적고, 이른바 대박상품을 만들기 쉽다는 이유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대형마트 보다는 편의점에서 차별화를 위한 단독 상품의 형태로 PB가 많이 이용된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서 편의점 PB 시장도 대폭 확대됐다. 전체 PB 시장이 2008년 3.6조원에서 2013년 9.3조원으로 2.5배 상승한 사이, 편의점 3사의 PB 매출액은 1600억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16배나 늘었다. PB 매출비중도 4%에서 28%로 7배 높아졌다.
이와 함께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가 대세로 자리 잡은 점도 PB 시장이 확대되는 데 힘을 보탰다. 특히 브랜드 영향이 적어 가격이 우선시되는 우유나 생수의 경우에는 기존 NB제품의 판매량을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 2015년 기준 홈플러스 좋은상품 1A우유(1L) 판매량은 약 611만개로 2위인 NB상품 판매량(168만개)보다 268%나 많이 팔려 나갔다. 같은 기간 홈플러스 좋은상품 샘물(2L)도 2위인 NB상품 판매량(1334만개)보다 23% 많은 1646만개가 팔리며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PB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낮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초기에는 제과나 음료,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식품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의류나 주방용품, 생활용품, 소형가전 등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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