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빅4' 자영업자 대출 일년 새 18조 늘렸다
작년 10월 말 152조원에서 올 10월 말 170조원으로 껑충
정부의 부동산 대책 강화에 따른 결과…금리인상시 부실화 우려도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일년 새 18조원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을 대폭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10월 말 기준)은 170조5744억원으로 지난해 10월 말(152조4484억원)보다 18조1260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이 기간 자영업자 대출을 큰 폭 늘렸다.
지난해 10월 말 53조1659억원이였던 KB국민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말 59조4258억원으로 6조2599억원 불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31조5934억원에서 37조2609억원으로 5조6675억원 증가했고, 우리은행도 31조9514억원에서 35조9781억원으로 4조267억원 늘었다.
신한은행 역시 2조1719억원어치 자영업자 대출을 늘렸다.
이처럼 은행들의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어려워지자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을 적극 취급하고 나선 결과로 관측된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주택이나 상가 등을 담보로 잡는 부동산 임대업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일반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위험도가 낮다보니 은행들이 적극 취급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 대출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늘어나고 있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지난해 말 기준 160만2000명이고, 이 중 생계형 자영업자는 전체의 30.2%인 48만4000명으로 파악됐다.
생계형 자영업자의 대출은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7.4%로 크지 않고 차주별로도 1억원 이하 대출이 전체의 3분의 2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1인당 연소득이 낮고(평균 1644만원) 저신용자 및 고금리대출, 잠재연체차주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부실 위험성이 크다. 이들 중 신용등급이 낮거나 고위험대출을 쓰는 취약차주는 17만7000명으로 전체의 36.6%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이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관계자는 “리스크가 적은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증가 속도가 가팔라 속도 조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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