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 손흥민, 이제는 리더로 진화 중
한결 성숙해진 플레이로 팀 동료 이끌어
후배 선수 독려, 선배 구자철에게는 PK 양보
한 때 대표팀 막내로 하염없이 눈물만 쏟았던 손흥민이 한결 성숙해졌다. 이제는 후배 동료들을 독려하고, 선배에게 PK를 양보할 줄도 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지난 10일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신태용호는 유럽의 복병 세르비아를 상대로도 경기를 주도하며 또 한 번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이날 투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빠른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을 앞세워 만만치 않은 상대인 세르비아를 상대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끝내 득점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세르비아 수비진은 손흥민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등 날카로운 공격력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진화는 단순히 공격력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특히 이날 보여준 몇 차례 장면은 손흥민이 리더가 돼가고 있음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이날 구자철과 함께 투톱을 이뤄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동료들의 날카로운 패스를 전달할 때마다 엄지손을 치켜들고 박수를 치며 팀에 사기를 불어 넣었다.
후반 10분에는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권창훈의 슈팅이 아쉽게 빗나가자 박수를 치면서 괜찮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배 구자철에게는 페널티킥을 양보하기도 했다. 한국은 이날 0-1로 끌려가던 후반 15분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후 구자철은 직접 키커로 나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한국은 주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고, 보통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낸 선수는 키커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손흥민이 오랜 기간 득점이 없었던 구자철을 위해 기꺼이 양보한 것이었다. 스트라이커로서 득점에 욕심이 안날 수 없지만 손흥민은 절제하는 길을 택했다.
손흥민은 과거 2011년 아시안컵 일본과의 3,4위전 패배, 2014년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전 패배, 2015년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패배 직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당시만 해도 손흥민의 위치는 대표팀에서 막내 급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손흥민도 이제 어느덧 대표팀에서는 중고참의 반열에 올라섰다. 예전에는 눈물을 보이면 와서 안아주는 선배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동료들을 이끌어야 되는 위치에 섰고,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실점을 해도 크게 절망해하지 않는다. 이날 세르비아전처럼 실점 직후에는 조용히, 그리고 가장 먼저 공을 중앙선 부근에 가져다 놓으며 만회 의지를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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