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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생리대' 그 후…국감 뭇매에도 안전성 논란 'ing'


입력 2017.11.08 06:00 수정 2017.11.08 05:35        손현진 기자

생리대도 '전성분 표시' 의무화…뒷북행정 비판도

'깔창 생리대' 재연될라…저소득층 지원사업 재개 움직임

유해성 논란이 촉발되기 이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발암 생리대' 논란에 대해 정부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을 내놨지만, 생리대 유해물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여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28일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1차 전수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생리대·팬티라이너에서 검출된 VOCs 종류와 양은 차이가 있었으나 모두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에도 식약처의 조사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소비자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여성환경연대와 함께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을 했던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는 "식약처의 생리대 시험 결과 발표는 19년 전 컵라면의 환경호르몬 검출시험에 이은 제2의 대국민 사기 시험"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실험 분석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생리대안전검증위원회’와 식약처 공식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원회’의 철저한 검증을 거쳐 마련됐다"며 "김 교수 시험 결과보다 최소 8배에서 최대 2000배 이상 높게 VOCs가 검출됐으며, 위해평가에서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 발표 이후 '릴리안' 제품 판매를 재개했지만, 릴리안을 포함해 일반 생리대에 대한 불신은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31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9월 전국 이마트의 면생리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885.5% 급증했다. 또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기저귀 판매량도 193.6% 올랐다.

이와 달리 일반 생리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오히려 3.3% 줄었다. 기존 기저귀 판매량도 19.7% 증가한 데 그쳤다.

국내 주요 H&B(헬스앤뷰티) 스토어에선 여전히 릴리안 생리대를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많다. 빈자리는 해외 유기농 생리대가 채우고 있다. 온라인 카페인 '릴리안 생리대 피해자를 위한 집단소송 모임' 역시 식약처 발표와 상관없이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릴리안 등 생리대 부작용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 화면 캡처. ⓒ데일리안

생리대도 '전성분 표시' 의무화…뒷북행정 비판도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생리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류영진 식약처장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식약처 업무보고에서 "생리대 용기나 포장에 허가증 및 신고증에 기재된 모든 성분을 표기하도록 하는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10월부터는 생리대와 마스크, 구강 청결용 물휴지 등 의약외품도 모든 성분의 명칭을 용기나 포장에 의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 이는 생리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전 성분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이같은 조치에 대해 뒷북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는 의약품과 의약외품 겉면에 전 성분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통과시켰지만 생리대와 마스크, 구강 청결용 물휴지 등은 성분 표시 대상에서 제외돼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한 여성환경연대가 올해 2월 식약처를 비롯해 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피엔지·웰크론헬스케어 등 생리용품 업체 5곳에 유해물질 검출시험 결과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릴리안 사태'가 일어나기까지 6개월간 안전성 문제를 외면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생리대 위해성 논란과 관련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깔창 생리대' 재연될라…저소득층 지원사업 재개 움직임
국감장에서는 생리용품 유해성 논란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사업까지 잠정 중단된 문제도 지적됐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여성 청소년의 '깔창 생리대' 이야기가 다시금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잇따랐다.

보건복지부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직후 전국 71개 지자체에 릴리안 제품의 환불·교환 등을 조치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복지부와 전국 지자체가 진행하는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은 만 11~18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9월부터 예산 60억 가량을 들여 해당 사업을 진행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유해성 논란이 집중된 릴리안 생리대는 지난해 전국 보건소에 배포된 생리대 물량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릴리안을 포함해 다른 모든 생리대 지급까지 중단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복지부 국감에서 "71개 지자체에서 7만명 분은 릴리안 제품으로 제공했는데 (유해성 논란으로) 복지부가 해당 제품 환불 및 교환하도록 하는 지침을 전달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이어 "생리대 지원 사업을 이후 어떻게 하라는 말이 없으니까 지자체들은 사업을 자체 중단했고 지원했던 것마저 모두 회수했다"면서 "생리대 파동 이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지원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안전성 논란 때문에 일단 생리대 지원을 중지시켰지만 현실적으로 매일 필요한 물품이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는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이같은 지적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생리대 지원사업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천 부평구는 오는 10일까지 구청과 거주지 주민센터 등을 통해 생리대 지원 신청을 받는다. 지원 품목은 국내산 유기농 생리대 1박스(300개입)다.

류 식약처장은 지난달 23일 생리대 제조업체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조업체들이 더욱 철저하게 품질관리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정부도 국내 유통 생리대의 유해성분 평가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한편 제조업체가 안전한 생리대를 생산·유통하도록 제도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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