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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재협상 앞두고 통상압박 강도 높이는 미국...내년 수출 악재되나


입력 2017.11.06 14:52 수정 2017.11.06 15:19        이홍석 기자

ITC, 세이프가드에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전방위적 압박

'무역 1조' 3년만의 찾아온 수출 회복세에 제동걸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통상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무역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부산감만부두에서 화물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ITC, 세이프가드에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전방위적 압박
'무역 1조' 3년만의 찾아온 수출 회복세에 제동걸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통상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무역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년만에 무역 1조 달러 복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잇따른 압박 조치로 내년 수출 회복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ITC는 지난달 31일 특정 웨이퍼레벨패키징(WLP·Wafer Level Packaging) 반도체 기기 및 부품과 해당 반도체가 들어간 제품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WLP는 반도체 제품의 재료인 웨이퍼에서 칩을 만들 때 패키징을 간소화해 완제품의 부피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기술이다.

태양광·세탁기에 이어 반도체까지...거세지는 미국의 통상압박
이번 조사는 미국 반도체 패키징시스템 전문업체인 테세라의 제소에 따른 것으로 ITC는 미국 기업이나 개인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제품의 수입금지를 명령할 수 있는 관세법 337조에 근거해 조사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 9월28일 삼성전자와 일부 자회사가 패키징 기술 등과 관련된 24개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ITC와 연방지방법원 3곳, 일부 국제재판소 등에 제소했다.

테세라는 삼성전자가 WLP 기술과 관련된 미국 특허 2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특허를 침해한 삼성 반도체 제품은 물론, 이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컴퓨터 등 완제품까지 수입을 금지하고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조사 단계인 만큼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단일 품목 사상 최고치인 900억달러(약 100조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또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도 계속 높아지면서 전체 무역 흑자규모 중 절반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1~13%에서 올 들어 15%를 넘어선 가운데 지난달에는 21.1%로 사상 처음 20%를 돌파했다.

이러한 비중 때문에 향후 ITC의 조사에 이은 미국 정부의 조치들이 반도체 수출이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반도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 협정으로 무관세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으로 반도체를 직접 수출하는 비중도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테세라의 요구대로 수입금지 품목을 반도체가 들어간 완제품까지 확대할 경우, 수출에 악영향의 강도가 더욱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초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출하는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자국산업이 심각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하며 관세율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 초과분에 대해 높은 관세 부과) 등 구체적인 구제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또 ITC는 지난달 청문회를 갖고 한국, 중국, 멕시코에서 수입된 태양광 전지에 대한 35%의 관세 부과가 필요하다는 권고안을 마련한 상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ITC는 지난 9월 한국산 페트 수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돌입한 상태로 올해 말까지 한국산 전력 변압기에 부과하기로 한 반덤핑 관세 기간 연장 검토에도 나서는 등 압박의 수위를 높여 나가고 있다.

3년 만의 무역 1조달러 달성 분위기에 찬물 끼얹나
이러한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은 한·미 FTA 개정 협상 본격화와 궤를 같이하면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7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FTA 개정 협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통상 압박에 대한 강성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최근 나타나고 있는 수출 회복세와 무역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수출 시장을 보다 다변화해 특정 국가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지난 2014년(1조982억달러) 이후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유력한 상황으로 시기는 내달 중순경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 두 해 연속 달성에 실패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올해까지 대중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며 “올 들어 아세안(ASEAN)과 독립국가연합(CIS) 등 신흥국으로의 무역 규모를 늘리면서 그동안 미국과 중국으로 편중됐던 의존도를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러한 미국의 통상압박 조치에 적극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FTA 재협상이라는 복잡한 이슈와 맞물리게 되면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보다 긴밀하게 소통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내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통상압박 강도는 점점 심화될 것”이라며 “외교부와 산업부, 경제단체, 기업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긴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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