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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6개월 내 재벌개혁 못한다…결과보다 의지 보여달라"


입력 2017.11.02 13:02 수정 2017.11.02 13:49        박영국 기자

"12월 말 1차 데드라인은 개혁입법 진행상황에 따라 방향·속도 정한다는 의미"

"지배구조 개편은 각 그룹별 상황 고려해 시간 갖고 진행키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5대그룹 정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월 말 1차 데드라인은 개혁입법 진행상황에 따라 방향·속도 정한다는 의미"
"지배구조 개편은 각 그룹별 상황 고려해 시간 갖고 진행키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들에게 개혁에 좀 더 분발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시한을 정해 놓고 결과를 종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개혁 의지를 보여주길 원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그룹 경영진과의 정책간담회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새정부 출범 6개월 내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경제와 재벌 개혁을 새정부 출범 6개월 내에 끝내겠느냐.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실패의 척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딱딱한 기준을 통해 마치 칼춤을 추듯이 기업개혁을 할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하면 실패할 것”이라며 “조금 더디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끊임없이 보여드리고, 기업들이 그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동참하도록 기업개혁을 이끌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김 위원장에게 “변화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시간을 드리겠지만 너무 많이 드리기는 어렵다”면서 “변화의 결과를 보여달라는 게 아니라 변화하고 있다는 의지를 보여달라, 그런 의미에서는 시간을 주겠다”고 답했다.

당장 결과물을 요구하진 않겠지만 변화의 의지를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에게도 시간을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공정위가 기업 바꾸는 게 어떻게 4개월 가지고 되겠느냐”면서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일관되게 예측 가능하게 갈 것이고, 그 변화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의 변화를 신뢰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업은 우리 사회의 어떤 조직보다도 변화의 능력과 의지를 갖고 있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 못하면 시장에서 도태되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변화에 대한 의지와 능력을 가장 많이 가진 게 기업이고, 거기에 대해 정부가 올바른 방향과 시그널을 주고 일관성 유지하면 기업은 충분히 변화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인사말에서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기업들의 자발적인 개혁의지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새 정부의 개혁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좀 더 개혁에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었다.

하지만 이같은 당부가 시간과 방향성을 특정해 놓고 기업들에게 그 시점까지 결과물을 내놓을 것을 종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된 ‘12월 말 1차 데드라인’의 의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당장 이때까지 기업들의 개혁 결과를 판단해 제재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라 12월 정기국회에서의 개혁입법 진행상황을 반영해 공정위의 기업개혁 방향과 속도를 결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는 해명이다.

또한 공정위 정원이 60명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실제 근무인원은 단 한 명도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업무가 많아져 여력이 없었지만, 12월 중순에는 전체 조직 구성이 마무리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갖춰진다는 점도 ‘12월 1차 데드라인’이 언급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당장 기업들에게 서둘러 대비해야 할 ‘숙제’도 던져줬다. 최근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규제기관이 사전에 조사 내역을 알려줬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고마운 일이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됐다.

김 위원장은 “먼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의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할 계획”이라며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공익재단에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있는데 공익재단 설립취지에 부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직권 조사를 통한 제재, 의결권 제한 등의 제도개선 방안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주회사 수익구조 실태조사와 관련해서는 “지주회사는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이 주된 수익이 돼야겠지만 브랜드로열티 컨설팅수수료 심지어 건물임대료 등의 수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수익 구조가 지주회사 제도 도입 취지에 부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문제가 없는지 나아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집단국 업무계획 일부 미리 얘기한 것은 기업에서 공익재단과 지주회사 수익구조와 관련된 문제점이나 각 그룹의 특수한 이슈들을 미리미리 점검해 보시고 공정위가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위험 요소들을 관리해주실 것을 당부 드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한 대기업들에게 ‘로비스트 규정’, ‘스튜어드십코드’, ‘하도급거래 공정화’, ‘노사관계’ 등과 관련된 사항들도 당부했다. 공정위 소관업무도 아니고 법으로 강제할 성질의 것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정부정책 기본방향을 설명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하는 당부라는 부연 설명도 곁들였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각 그룹별 상황을 고려해 시간을 갖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재배구조 관련 사안은 그룹마다 여러 상황이 다르다는 점과 전반적인 글로벌 기준에 맞게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그것이 그룹별로 약간의 시간 걸릴 수 있지만 경영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며,※ 빠른 시기에 가급적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역시 “지배구조에 하나의 선험적 기준이 있을 수 없고, 각 그룹마다 사정이 다르다. 선험적 기준을 제시하고 따라오라는 것은 개혁이 실패에 이르는 길이고, 오늘 간담회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각 그룹에서 특수한 사정에 따라서 진행하면서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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