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재계, 한노총과 핑크빛 무드…민노총은?
임단협·통상임금·파업 등 주요 현안 민노총이 '칼자루'
까칠한 민노총은 방치하고 만만한 한노총만?
임단협·통상임금·파업 등 주요 현안 민노총이 '칼자루'
까칠한 민노총은 방치하고 만만한 한노총만?
청와대와 재계가 연이어 한국노총과 핑크빛 무드를 연출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계 대표 초청 만찬에 참석한 데 이어 26일에는 재계를 대표하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술잔을 기울였다.
이같은 노사정의 화합 분위기는 일자리 문제, 사회 양극화, 기업 경영환경 악화 등 각종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데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서 간과되는 부분이 있다. 재계 입장에서 한국노총보다 더 껄끄러운 상대인 민주노총의 존재다.
김 위원장과 박 회장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만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내진 않았지만, 서로 자주 소통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며 각종 현안에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면담 이후에는 인근 호프집으로 이동해 술잔을 기울였다. 두 단체 임직원 20여명도 함께였다. 당초 저녁 6시부터 한 시간가량 예정됐던 술자리 회동은 저녁 9시까지 이어졌다. 이날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24일 열린 청와대의 노동계 대표 초청 만찬에도 응했다. 지난달 정부와 재계에 ‘노사정 8자 회의’를 제안한 그는 이날 문 대통령과 사회적 대화 복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노사정위원회 복귀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언뜻 보면 노사정 화합이 상당부분 진척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퍼즐 하나가 빠져있다.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계의 양대 축인 민주노총은 정부와 재계 어느 쪽과의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청와대 초청 만찬에는 배석자 문제로 참석을 거부했고, 노사정위원회 복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 쪽에서도 대한상의를 비롯한 어느 경제단체도 민주노총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실 한국노총은 그동안 각종 현안에 대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문 대통령과는 후보 시절 정책연합을 맺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노총을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정부와 재계 입장에서 민주노총에 비해 손을 잡기가 수월한 단체임은 분명하다.
한국노총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 긍정적인 성과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한계가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노사 관계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이 교섭권을 가진 곳들이다. 연말까지 겨우 두 달 남은 지금까지 임금·단체협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대표적인 대규모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지엠, 현대중공업 등의 노조는 전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속해 있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나 파업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도 대부분 민주노총 산하 단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노동계와 관련된 주요 현안들이 대부분 민주노총과 연관돼 있는 것들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계 편향의 정책을 내놓고도 민주노총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서 친 노동계 성향의 정책들이 많이 발표되며 기업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나마 기대했던 게 민주노총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런 기대마저도 버리게 만든다”고 저적했다.
정부가 경제단체들의 힘을 다 빼놓고 그나마 코드가 맞는 대한상의에 모든 역할을 집중시킨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경제 5단체 중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기능이 대폭 축소된 상태에서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다.
주로 노사 관계에서 경영자 측의 역할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오던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5월 김영배 상임부회장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관련 발언이 문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당한 이후 몸을 한껏 낮춘 상태다.
더구나 지난 7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저지하지 못한 이후 회원사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등 위상이 더욱 떨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제단체들 중 노사 관련 사안을 담당해오던 경총이 무기력해지면서 사측을 대변해 주요 현안의 열쇠를 쥔 민주노총과 맞설 카운트파트너가 사라진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한국노총과 밥을 먹고 대한상의가 한국노총과 술잔을 기울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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