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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최민식 "연기, 혼자 잘났다고 되는 것 아냐"


입력 2017.11.03 08:49 수정 2017.11.04 09:18        부수정 기자

영화 '침묵'서 임태산 역 맡아 감정 연기

"좋은 후배·감독과 호흡 통해 스스로 반성"

영화 '침묵'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은 "영화는 하모니가 중요한 작업"이라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영화 '침묵'서 임태산 역 맡아 감정 연기
"좋은 후배·감독과 호흡 통해 스스로 반성"


내달 2일 개봉할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에서는 최민식(55)의 멜로 연기를 잠시나마 볼 수 있다.

'침묵'은 살인사건으로 약혼녀를 잃은 남자가 살해 용의자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된 후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사건을 추적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중국 페이 싱 감독이 2013년 내놓은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해피 엔드'(1999), '은교'(2012), '4등'(2016)을 만든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

최민식은 극 중 재벌 임태산으로 분해 연인에 대한 사랑, 부성애, 슬픔, 회한, 반성 등 인간의 모든 감정을 표현한다. 정지우 감독과는 18년 만의 재회다.

27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최민식은 "임승용 용필름 대표와 정지우 감독을 믿고 출연했다"며 "원작을 봤는데 황당한 얘기라고 생각했다. 정 감독이 이 황당한 얘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임태산의 연인이자 가수 유나(이하늬)의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반전을 보여준다.

영화 '침묵'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은 "좋은 후배와 감독과의 호흡을 통해 스스로 반성한다"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최민식은 "장르적 재미보다는 임태산의 '인간미'에 초점을 맞추고 싶엇다"며 "결말은 임태산의 회복을 뜻한다. 재산, 권력을 모두 쥔 임태산이 이 모든 걸 한 순간에 버리고 진짜 소중한 걸 깨닫는 이야기다. 돈과 권력을 향해 무한질주하던 남자의 참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와 관련해선 "흔히 '재벌과 연예인의 로맨스'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태산에게 유나는 진정한 사랑이었다"며 "유나의 죽음을 시작으로 태산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는다. 사건을 사업가적인 기질로 헤쳐 나가는 상황과 태산이 참회하는 장면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전작 '특별시민'과의 차이점에 대해선 "'특별시민'의 변종구는 오로지 권력에 중독된 인간이고, 임태산은 성공에 취한 인간"이라며 "이야기 자체가 다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나쁜 놈'이 반성하는 장면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 감독은 '침묵'이 '최민식의 장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쑥스러워한 최민식은 "정 감독은 '해피 엔드' 때보다 더 노력해지고, 능수능란해졌다. 작가로서의 욕심도 있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감독이다. 큰 흥행작은 아니더라도 회자되는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라고 극찬했다. "어떤 분야에서 재회해서 일하기란 쉽지 않아요. 정 감독은 굉장히 똑똑해요. 빈틈도 없고. 서로 젊을 때 좋은 작품을 한 번 더 하자고 합니다(웃음)."

영화 '침묵'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은 "이야기가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침묵'의 관전 포인트는 임태산의 감정 변화다. 엎치락뒤치락하는 반전이 이어지는 탓에 감정 연기가 쉽지 않았다. "미세한 감정을 잘 잡아야 했어요. 넋 놓고 있다가 주파수 맞추기 힘들거든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야 합니다. 그게 배우들이 할 일이지요. 감독은 이런 배우들을 잘 잡아줘야 하고요. 그래야 서로 믿고 의지합니다."

1989년 드라마 '야망의 세월'로 데뷔한 최민식은 '서울의 달'(1994), '쉬리'(1998), '파이란'(2001), '취화선'(2002), '주먹이 운다'(2005), '친절한 금자씨'(2005), '악마를 보았다'(2010),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신세계'(2012), '명량'(2014), '대호'(2015), '특별시민'(201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많은 배우와 연기했다.

이번 작품에서 이하늬, 박신혜, 박해준, 류준열 등 많은 후배와 호흡했다.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최민식은 "후배들이 잘해준 덕에 영화가 탄생했다"고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침묵'에서 만났던 후배들은 마음의 문을 열고 선배를 반겨줬어요. 사실 현장 분위기가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거든요. 불협화음도 있고. 이번 작품에선 직업의식을 가진 배우들이 똘똘 뭉친 덕에 분위기가 좋았답니다.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영화 '침묵'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은 "임태산의 인간적인 면모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CJ엔터테인먼트

극 초반 멜로를 선보인 이하늬에 대해선 "국악을 해서 인지 아픔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서 믿음직스러웠다. 솔직히 놀랐고 이하늬 씨의 연기에 반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였구나' 생각했다. 이하늬 씨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극찬한 바 있다.

"재벌 그룹 총수와 연예인의 진실한 사랑을 보여줘야 했지요. 유나는 나이도 많고, 딸도 있는 태산이를 사랑했습니다. 태산이의 딸과 친해지려고 했고요. 그런 미묘한 감정을 하늬 씨가 잘 표현해줬어요. 배우는 자기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의 80%를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라 캐릭터를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하늬가 씨가 이 부분을 참 잘해줘서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침묵'은 유나가 죽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영화라 이하늬 씨의 연기가 정말 중요했는데 스스로 확신하고 연기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오랜만에 멜로를 선보인 그는 "굳이 멜로보다는 친구 사이의 우정이 됐든, 남녀간의 사랑이 됐든 드라마를 하고 싶다"며 "내 가치관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최민식은 영화라는 작업에 대해 '하모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기 혼자 잘났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상대방과 캐릭터, 상황에 맞게 맞추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때그때 연주 스타일이 다른 거죠. 다른 편의 악기와 하모니를 이루는 게 필수입니다. 하모니가 깨지는 순간 배는 가라 앉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성을 많이 한다고 했다. 옹골찬 캐릭터가 아니라서 이리저리 휘청거리는데, 훌륭한 후배들을 만나 정신 차린다고. "'침묵' 대사 중에 '이 세상 절대 혼자 못 산다'라는 게 있는데 영화도 마찬가지죠. 사람과 사람이 만나 하는 작업이거든요. 영화는 정말 오래 남는 작업입니다. 인간 관계의 반 이상이 영화 작업을 통해 결정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침묵'은 저에게 참 고마운 작업이었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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