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D-인터뷰] 방은진 "'메소드' 연출·제작, 고통스럽지만 감사한 일"


입력 2017.10.27 08:50 수정 2017.11.02 09:27        부수정 기자

'집으로 가는 길'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컴백

네 번째 장편…3억원 저예산 영화 '신선한 도전'

영화 '메소드'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연출, 제작까지 해야해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엣나인필름

'집으로 가는 길' 이후 4년 만에 스크린 컴백
네 번째 장편…3억원 저예산 영화 '신선한 도전'


"제가 능력 없는 감독이 아닐까 고민했어요.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 힘들고 고통스러웠죠. 혹독하게 배웠습니다.

방은진(52) 감독은 내달 2일 개봉할 영화 '메소드'의 연출과 제작을 모두 맡았다. 3억원이 들어간 저예산영화의 모든 것을 책임졌다. '메소드'는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 등을 통해 감독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온 방 감독의 네 번째 상업 영화.

'메소드'는 메소드 연기의 달인인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언체인'이라는 연극의 주연 배우로 만나 극과 현실을 혼동하면서 서로에게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다.

배우가 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하는 방법을 '메소드'라고 한다. 영화는 현실과 무대의 경계의 모호해질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한 두 인물에 집중한다.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이게 실제 나인지, 아니면 극 속 캐릭터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한 작품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26일 서울 사당동에서 방 감독을 만났다.

영화 '메소드'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소드'라는 연기 용어의 의미를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 삶을 선택하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었다"고 밝혔다.ⓒ엣나인필름

방 감독은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본 건 부산이 처음"이라며 "부족하고 아쉬운 점만 보인다"고 웃었다.

독특한 이야기의 연출, 제작까지 다 맡은 방 감독은 "노를 저어 가고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배가 가는지 모르는 심정이었다"며 "계약서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장소 섭외, 배우들 스케줄 조정, 마케팅 등 영화와 관련된 모든 일을 세세하게 알아야 했다"고 밝혔다.

가장 고통스러웠던 부분은 완충 지대가 없다는 거였다. 투자자의 개입이 없으니깐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했다. 피드백도 따로 없어서 이런저런 고민이 이어졌다. "어떤 장면을 줄여야 하나 고민하는 등 이랬다 저랬다 했어요. 모든 상황에 대한 판단을 스스로 해야 해서 감독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것 아이냐는 생각도 했죠. 자책도 많이 했고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괴로웠어요. 휴가를 가서도 쉬지 못하고 일만 했어요. 그래도 연출과 제작까지 한 거니깐 감사하게 생각하려고요(웃음)."

모든 과정에 관여해서 정신없이 지낸 그는 "영화 리뷰도 찾아보지 못했다"며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영화는 82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재하와 영우의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재하와 영우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너무 빠른 탓에 둘의 감정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 감독은 "관객에게 불친절할 수도 있는 영화"라며 "영우는 재하를 보고 연기적인 욕망을 품는 것이지, 처음부터 사랑을 느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영우를 보며 재하가 흔들리는 모습에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영화 '메소드'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전했다.ⓒ엣나인필름

마지막에 연극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영우의 미묘한 표정도 인상적이다.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배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이잖아요. 특히 영우는 메소드 연기로 캐릭터에 몰입하다 보니 연기에 몰입함과 동시에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게 된 건 아닌지 착각합니다. 연기로 재하에게 복수하긴 했는데 어쨌든 사랑을 잃었죠. 씁쓸하지 않나요? 영우의 표정을 통해 두 가지의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방 감독은 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전 로맨티스트예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사랑한 거지, 상대방을 사랑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 수많은 변덕이 있어도 의리와 신뢰로 사랑을 지키죠. 때론 가혹해지기도 하고요. 배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작업이라 사랑이라는 감정이 섞일 수도 있어요. 아마 영우는 이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연기로 재하를 이겼지만 난 뭘 얻었지?'라고."

방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1989년 민중극단 '처제의 사생활'로 배우의 길에 들어서 서울연극제 우수연기상, 백상예술대상 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제2의 윤석화'로 불렸다. 1994년 영화 '태백산맥'으로 스크린에 데뷔했고, 이듬해 영화 '301, 302'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로 감독에 데뷔하며 감독의 길로 들어섰다.

방 감독도 극 중 재하와 영우처럼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을까 물었다. "고등학교 시절 연기할 때는 연극이 끝나면 펑펑 울었죠.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차츰 성숙해지면서 '프로'가 됩니다. 유연해지기도 하고요. 시간과 노력이 쌓이면서 숙련된 배우가 됩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어떤 난관에 빠졌을 때 이게 가장 힘든 줄 알았는데 더 큰 고통과 슬픔이 찾아오잖아요? 이 세상에 던져졌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죠. 그게 인생입니다."

재하 역의 박성웅은 '메소드'를 손꼽을 영화라고 극찬한 바 있다. 방 감독은 "배우들에게 따로 디렉션을 주지 않는다"며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기준치가 없다. 박성웅은 보는 순간 그림이 잘 그려졌다. 움직임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고 했다.

영화 '메소드'를 연출한 방은진 감독은 "연출은 재미있으면서 어렵기 때문에 계속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고 말했다.ⓒ엣나인필름

방 감독은 시사회 당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메소드'라는 연기 용어의 의미를 사람들이 사랑하는 방식, 삶을 선택하는 방식으로까지 확장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연기 방법뿐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가느냐를 담고 싶었어요. 인생은 한 편의 연극이라고 하잖아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주인공은 나이고요. 삶의 조각들이 모여서 나오는 게 영화입니다. 우리 삶과 맞닿아 있죠. 끝내 박수받는 배우와 감독은 자기 자신만이 알 거예요. 아무리 박수가 뜨거워도 그게 진짜가 아니라는 건 스스로가 깨닫겠죠?"

최근 곽경택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라고 했다. 방 감독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연출은 재미있으면서 어렵기 때문에 계속하고 싶은 동기가 생겨요. 재미만으로는 감독할 수 없어요. 돈과 산업이 얽혀 있으니까요. 고통스럽기도 하고요.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의 삶이 행복하지 물었더니 방 감독은 "제일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에요.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합니다. 행복을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고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하지요. 사는 건 고달파요. 뜻대로되지 않고. 나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나는 딱 하나뿐이니깐요.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할 수 있어요. 못 보이던 하늘도 보게 되고, 아름다운 달빛도 보이고. 감독으로서는 많은 걸 배우고 느끼려고 해요. 의지가 무뎌지지 않게끔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