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깊어지는 고심...호남계 '통합반발'에 유승민 '선긋기'
국민의당 통합논의 호남계 vs 친안계 대립 가시화
유승민, 개혁보수 동의 않는 사람 정당 같이 못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논의 드라이브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결과를 공론화하며 여론몰이에 들어갔지만 안으로는 당 호남 중진 의원들을 주축으로 통합 반대전선을 형성하고 밖으로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선긋기에 나서면서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국민의당 통합논의 호남계 vs 친안계 대립 가시화
안 대표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가진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양당의 통합 논의는 너무 앞서나간 얘기"라며 "내부에서 먼저 이야기를 하고 외부 여러 상대와 접점을 찾는 가운데서 방향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15일 안 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의 양당 통합 논의, 18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주 권한대행의 회동, 19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의 '국민통합포럼'에서 조찬 회동 등 일련의 행보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상황이 빠르게 급변한 이유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있어 안 대표의 호남중심의 지역주의 기조유무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부터다.
호남 3선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시기부터 통합론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지금은 통합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 당이 가진 40석을 단단하게 가져가는 게 더 낫다"고 피력한 바 있다.
최근에도 그는 "(통합은)논의되지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아니다"라며 "당차원에서 자신에게 의견을 물은 적도 없고 지금은 그럴 때도 아니며 통합론이 거론되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동안 통합론에 말을 아껴왔던 정동영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이라는 이름아래 당 안팎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며 "당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안철수 대표 주도의 통합논의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당이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안철수 지도부가 통합드라이브를 걸 경우 탈당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몰아가면 아주 곤란하다"면서도 "제 생각을 들키는 기분"이라며 간접적으로 탈당 가능성을 언급한 상태다.
그는 "상당히 많은 의원들이 저와 함께 생각하고 있다"며 "우선 당장 어제 천정배, 정동영, 최경환, 유성엽 의원은 의원들 소통방에 그러한 강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호남계 중진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우리와 손잡으려는 상대 당에서도 기반을 더 확대하려면 호남이 꼭 필요하다"며 "그래서 호남 지역주의 포기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제동을 걸었다.
유승민, 개혁보수 원칙 동의하지 않는 사람 정당 같이 못해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보수의 뜻과 가치가 통합의 유일한 원칙"이라며 "개혁보수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과 정당을 같이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유 의원이 그동안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강조해 온 안보와 호남 지역주의 타파 문제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안 대표의 반대 의견이 명확해 지는 모습을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 20일 유 의원이 통합을 위해 '박지원 퇴출'을 내세웠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부터 양당의 통합 논의가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유 의원은 "박지원 의원의 출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양당의 통합논의는 급격하게 냉랭해 졌다.
안 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의 발언은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있고,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일단은 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일단은 국감을 충실히하고 저희들 당 내부 지역위원장 총사퇴 건을 정리하는 일이 먼저 시급하다"며 "국감이 끝나고나서 내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통합 논의에 대해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의 호남계 중진 의원들과 유 의원의 발언으로 불과 일주일도채 되지 않아 양당의 공식적인 통합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의 안보 및 호남주의와 바른정당이 내걸은 개혁보수의 이념이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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