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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감]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정감사서 '빵~터진' 이유는


입력 2017.10.13 06:00 수정 2017.10.13 17:08        박민 기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데일리안

Q. 국내 육지 최남단이 어딘가요? A. 해남
Q. 그럼 해양 청정수도로 불리는 곳은요? A. 완도
Q. 신비의 바닷길이 있는 곳은 어딘지 아세요? A.진도

갑자기 스피드 퀴즈냐고요? 아닙니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윤영일 의원(국민의당)과 김현미 장관의 문답입니다. 이 질문으로 꽤 경직됐던 분위기가 조금은 편안한 자리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국정현안 감사에 앞서 돌발적인 '지역 명물' 질문이 이어졌으니깐요.

전남 해남·완도·진도를 지역구로 둔 윤 의원의 '지역구 어필(appeal)'은 금새 유행처럼 다른 의원들에게도 퍼졌습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을 지역구로 둔 박덕흠 의원(자유한국당)도 현안 질의에 앞서 질문으로 운을 뗐습니다.

박 의원은 '대추가 유명한 곳이 어딘지 아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막힘없이 '보은'이라고 답했습니다. 대답을 들은 박 의원은 꽤 만족스런 미소를 보이며, '절임배추는 괴산'이라면서 지역구를 다시 한번 강조했죠. 이 순간에는 다들 소리없이 웃기란 어려워 조금씩 새어나오는 웃음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지역 명물이 약하면 동네지연(地緣)을 강조한 의원도 있었습니다. 경기도 파주를 지역구로 둔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김 장관이 의원시절 지역구였던 경기 '고양시' 옆 동네라는 것을 강조하며 질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토위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처·기관을 관리하고 있다 보니 의원마다 자신의 지역구를 알리려는 '틈새 전략'을 펼친것이지요. 이처럼 대놓고 '지역구 어필'을 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특히 이날만큼은 얄밉거나 밉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왜 그럴까요.

애초 올해 국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열리는 자리인만큼 여야간 치열한 신경전으로 혈전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었습니다. 특히 전 정권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월 9일부터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서로 다른 두 정부의 평가 성격이 짙어 고성이 오가며 살벌한 분위기까지 연출될 가능성이 높았었죠.

그러나 첫날 국토교통 분야 국감에서는 이같은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같은 현안을 가지고도 어떤 잣대로 해석하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입장차가 갈릴 수 있어 의원과 장관간 '도돌이표 설전'은 있었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압적인 태도는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참고인을 불러 질의를 이어갈때도 크게 호통치거나 망신주기 등의 모습도 없었습니다. 다만 참고인이 즉답을 피하며 두루뭉술하게 말을 이어가자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화내고 호통하는 국감자리이고 싶지 않다. 팩트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면서 엄중히 꾸짖는 모습은 보이긴 했었죠.

센스있는 마무리 멘트가 돋보이는 의원도 있었습니다. 안규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맹성규 국토부 제2차관에게 도로·교통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맹성규 차관님. 이름처럼 제발 맹성(猛省, 매우 깊이 반성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혼쭐내기에서 부드러운 질책으로 바뀐것이지요.

그렇다고 국감이 마냥 가벼운 분위기만은 아니었습니다. 국토교통 분야가 워낙 방해한 만큼 주택을 비롯해 건설 및 교통 분야에 대한 여러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아파트 후분양제를 비롯해 도시재생 예산편성 헛점, 부동산 대책 실효성, 부실한 주거실태조사 등을 비판하며 즉시 개선을 촉구하기도 했고요.

여기에 건설경기 및 한국경제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축소하면서 이를 지적하는 의원들도 많았습니다. 정부는 2018년 예산안에서 SOC 분야 예산을 17조7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20%나 줄어든 수준입니다.

박맹우 의원(자유한국당)은 "SOC 예산 삭감으로 'SOC 절벽시대'가 올 수 있다"면서 "SOC 만큼은 1~2년 만에 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우현 의원(자유한국당)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 출퇴근 시간이 62분이나 드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도로에서 소비해야겠냐"면서 "도로도 복지다"며 SOC사업 확충을 촉구했습니다.

올해 국감에서 한 목소리로 외치는 구호는 '적폐(積弊)청산'인데, 일단 시작은 좋았습니다. 과거부터 끊임없이 반복돼온 고성·막말 등 구태가 재현되지 않았으니깐요. 이제는 의원들도 알 꺼라고 생각합니다. 마냥 호통을 치는 것보다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 국민 스타로 떠오르는 시대라는 것을.

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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