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 변수로 불안감 커진 삼성-LG 가전
FTA 재협상-가전 공장 이슈로 강도 낮을 듯...실적 영향 미미 우세
업계 수출 타격 우려 여전...19일 공청회 주목
FTA 재협상-가전 공장 이슈로 강도 낮을 듯...실적 영향 미미 우세
업계 수출 타격 우려 여전...19일 공청회 주목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 발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부문 실적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긴장감 속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11일 관련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수출용 세탁기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현실적으로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영향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LG전자 대형 가정용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단하면서 세이프가드 발동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판단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지난 5월 양사가 반덤핑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세탁기의 생산 공장을 중국 등으로 이전했다며 세이프가드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수입 제한 등 강도 높은 조치 어려워...실적 영향 미미할 듯
세이프가드는 무역법 201조에 따라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받았을 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와 달리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내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판단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ITC는 세이프가드가 필요한지 여부를 판단해 구체적인 조치를 권고하는 역할을 하며 최종 발동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ITC는 오는 19일 열리는 2차 공청회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할 예정으로 12월 중 트럼프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조치 내용을 건의할 예정이다.
세이프가드의 조치에는 관세 부과 및 인상, 수입량 제한, 저율관세할당(TRQ·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 등이 있다.
세이프가드는 국가나 기업이 아닌 품목에 적용되지만 현재 미국에 대형 가정용 세탁기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두 곳뿐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두 기업을 위한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실제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더라도 현재 1% 수준인 관세 부과 비율을 갑자기 높은 수준으로 올리거나 수입량 제한과 같은 조치를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착수한 상황인데다 삼성과 LG가 각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에 가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세이프가드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강도가 세지 않아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FTA로 세이드가드 조치 가능 대상은 해외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국한되는 만큼 미국 수출 물량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대체 방안도 있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망에는 현재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 구도도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장조사기관 트랙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풀의 미국 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38.4%로 삼성전자(16.2%)와 LG전자(13.1%)를 합친 수치 보다도 약 10% 가량 높다.
한국산 제품이 제품 혁신성과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격차가 있는 만큼 제품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극단적인 조치를 당장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불안감은 여전...제재 여부보다 강도 주목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으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는 물론, 관세율과 수입쿼터 제한 등 세부 내용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영향 정도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ITC가 오는 19일 미국에서 개최하는 구제조치 공청회와 이후 이뤄질 미 행정부의 결정이 나와야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재 여부보다는 강도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현재 약 1% 대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관세를 최대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미국 공장에서 조립이 이뤄져도 핵심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했다면 세이프가드 적용 범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적용 범위 등 세부적인 내용에 따라 업체들에 미치는 영향은 천지 차가 날 것”이라며 “결국 미국 정부가 월풀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월풀의 문제제기뿐만 아니라 요구하는 세부 내용들도 합리적이지 않아 그대로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며 관련 논의를 정략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가) 자유무역주의 기조에 반하는 행위인데다 가전 공장 문제도 걸려 있어 미국 정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FTA 재협상을 놓고 보인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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