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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조진웅 "'대장 김창수' 변화구 아닌 직구, 실점 감수"


입력 2017.10.15 09:00 수정 2017.10.16 16:24        부수정 기자

몇 차례 고사…실존 인물 연기 어려워

"누구나의 삶은 가치 있어"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조진웅은 "실존 인물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고백했다.ⓒ(주)키위컴퍼니

몇 차례 고사…실존 인물 연기 어려워
"누구나의 삶은 가치 있어"


"짚어야 할 지점들을 짚고 완주했어요.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타이밍이 없었죠. 쉽게 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니거든요. 실점이 난다 한들 어쩌겠어요. 지더라도 정정당당하게 지고 싶었습니다. 직구를 던졌다는 게 변명으로 들리지 않았으면 했습니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에서 백범 김구의 청년 시절을 연기한 조진웅(41·본명 조원준)의 소신은 확고했다. '변화구' 아닌 '직구' 같은 작품이라 실점이 날 수밖에 없단다. 제작진도 같은 생각이란다.

'대장 김창수'는 명성황후 시해범을 살해한 죄로 인천 감옥에 수감된 청년 김창수가 미결 사형수에서 독립운동가 대장 김창수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청년 백범 김구를 다룬 작품으로 김창수는 김구가 젊은 시절 쓴 이름이다. 영화는 김창수가 위대한 리더로 거듭나기 위해 알을 깨고 나가는 모습에 집중한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조진웅은 "실존 인물이자 위인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며 "다른 캐릭터는 입기 불편하면 포기하거나 바꾸면 되는데 실존 인물을 그게 안 된다. 규격화된 치수에 몸을 맞춰야 한다. 날 뜯어고쳐야 하는 작품이라 몇 차례 고사했다"고 털어놨다.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조진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했다.ⓒ(주)키위컴퍼니

고사한 작품을 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고 못 한다고 생각했는데 가슴 속에선 준비하고 있었나 봐요. 제가 해야 할 것 같았어요. 나름 충무로에서 가성비 좋은 배우거든요. 하하. 김구 선생의 발가락이라고 좇아가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난감했습니다. '할 수 있어서 한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했다'는 대사가 있어요. 그런 김구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나였으면 그렇게 했을까 고민했죠. 촬영이 끝날 즈음에는 제 인식이나 마음 가짐이 바뀌게 됐답니다."

영화는 죽음의 문턱까지 간 한 청년이 빛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를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주변인들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이들은 절망 속에서도 맞잡은 손을 놓지 않으며 희망을 보여준다.

이 모든 변화를 일군 사람은 김창수다. 영화는 가장 낮은 곳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을 변화시킨 리더의 모습을 비춘다. 영화는 극 후반부, 김창수가 훗날 임시정부의 지도자가 된 백범 김구임을 밝힌다.

"누군가가 했잖아요. 우리 중에서도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짐이죠. '누군가'라는 게 참 중요해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사람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들과 난 다르다'고 외치는 김창수도 점차 그들과 소통하며 변해갑니다. 내 삶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이 다 소중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도 스스로 '내 삶이 가치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자기 자신을 토닥여주고요."

과거로 돌아가 김구를 만난다면 어떨까. 그는 "감사하다고, 후손들이 잘 따라가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 '대장 김창수'에 출연한 조진웅은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의 삶이 소중하다는 걸 알려준다"고 했다.ⓒ(주)키위컴퍼니

조진웅은 종례 시간을 만들어 출연진, 제작진과 자주 소통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다음 날 촬영이 수월하다. "어려운 점이 있으면 서로 털어놓고 도와줬어요. 리허설 때는 현장 분위기도 더 좋아지고, 이야기도 풍성해져요."

이런 과정은 '대장 김창수' 작업 때만 진행했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큰 듯했다. 배우는 가족 행사도 빠진 채 영화에만 매달렸다. "이런 작품도 한 번 해보는 거죠.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동료들이 없으면 혼자선 못하는 작업입니다. 소통이 가장 중요해요."

영화엔 조진웅 외에 송승헌이 나온다. 선한 이미지의 송승헌은 악역으로 분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조진웅은 "TV에서 봐온 스타 승헌 씨가 어려운 선택을 했다"며 "박수를 보내고 싶고, 힘든 결정을 한 승헌 씨가 고맙다"고 했다.

조진웅에게 '대장 김창수'는 어떤 의미일까.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똑바로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생의 좌절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영화이지요. 얻은 게 많습니다."

조진웅은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 위치한 백범 김구 선생 묘역에 가끔 들른다. "자주 와서 귀찮게 할지 모르니 잘 받아달라고 마음속으로 되뇝니다. 촬영할 때 아무도 안 다치게 해줘서 고맙다고도 얘기하고요. 아프고 힘들 때 이런 저런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겼어요. 선생님 말씀처럼 똑바로 잘 걸어 가겠습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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