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러시아]더 다듬어야 할 ‘손흥민 프리롤’
왼쪽-중앙-오른쪽 누비며 공격 전개에 광범위한 영향력
연결 고리됐지만 중요한 순간 빛 발하지 못해
손흥민(23·토트넘)이 러시아전에서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VEB 아레나서 열린 러시아와 평가전에서 2-4 완패했다.
한국-러시아전에 앞서 "변형 포메이션을 기용할 것"이라고 밝힌 신태용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3-4-3 대형이다. 전 대표팀 감독 슈틸리케가 지난 6월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3-4-3 실험에 실패, 신태용 감독은 전술적으로 많은 변화를 줬다.
크게 달라진 형태 중 하나는 에이스 손흥민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공격 전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선발 라인업에는 3-4-3 포메이션의 왼쪽 공격수로 표기됐지만 왼쪽-중앙-오른쪽 지역을 폭 넓게 누비며 연결 고리가 됐다.
손흥민이 연계에 치중한 역할을 소화하려면 '장현수 시프트'를 가동해야 했다. 장현수는 러시아전에서 백3의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지만 공격 시에는 미드필드 라인으로 올라가며 백4 전형을 혼용했다.
'장현수 시프트'는 공격 시 유기적으로 미드필드 진영에 한 명의 선수를 더한다는 강점이 있다. 장현수, 정우영, 구자철이 공존하는 중원은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가능했다. 장현수, 정우영이 비교적 수비적인 역할을 맡으며 후방을 지켜줬고, 구자철이 공격적으로 활동하며 손흥민의 연계 역할을 보충했다.
왼쪽 공격수인 손흥민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기 때문에 구자철은 전체적으로 왼쪽 지향적으로 움직였다.
한국이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손흥민이 기본적으로 넓게 벌려서 볼을 받아줬다. 이 공간으로 김영권이 오버래핑을 시도하거나 구자철이 가담할 경우, 손흥민은 중앙으로 좁혀 황의조와 권창훈을 보좌할 수 있었다.
반대로 한국의 볼이 오른쪽 측면에서 공유될 경우에는 손흥민이 반대편까지 이동해 연결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전진한 구자철은 기존 손흥민의 왼쪽 공간을 메우거나 최전방으로 올라가 상대 수비수의 시야를 분산시켰다.
한국의 공격은 매우 유기적으로 펼쳐졌다. 경기 중 왼쪽의 손흥민과 오른쪽의 권창훈은 간간이 서로의 포지션을 바꾸기도 했으며, 최전방 황의조는 상대 센터백과 계속해서 경합하되 상황에 따라 측면으로 빠지며 공간을 열어줬다.
이러한 공격 체제 속 연계에 치중한 '프리롤'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아직 부족했다. 팀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긴 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지 못했고, 러시아의 탄탄한 압박에 묶이기도 했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라는 말이 있다. 익숙하진 않지만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수록, 실전 무대인 러시아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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