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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메모리 '역전승' 이끈 최태원 SK 회장의 광폭행보 주목


입력 2017.09.27 17:50 수정 2017.09.28 08:38        이홍석 기자

SK하이닉스, 4조 투자 공식화...컨소시엄 참여 기업 속도낼 듯

최 회장 미국 방문 앞두고 곧바로 일본행...도시바 경영진 만날까

최태원 SK 회장.ⓒSK
SK하이닉스, 4조 투자 공식화...컨소시엄 참여 기업 속도낼 듯
최 회장 미국 방문 앞두고 곧바로 일본행...도시바 경영진 만날까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반도체 자회사인 도시바메모리에 총 4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공식화한 가운데 인수전을 승리로 이끈 최태원 SK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해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개최하고 도시바메모리 투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 날 이사회에서 SK하이닉스는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한·미·일 연합의 인수금액 2조엔(약 20조원) 중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한·미·일 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주도한 가운데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일본 정책투자은행(DBJ), SK하이닉스, 애플 등이 참여해 구성됐다.

이 날 오전 9시부터 진행된 이사회는 정오를 넘겨 끌날 정도로 치열한 논의 과정을 거친 끝에 안건이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리스크와 향후 시너지 효과 창출 분석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레 강점(Strength)·약점(Weakness)·기회(Opportunity)·위협(Threat) 등 SWOT 분석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의결권 15% 확보 최대 성과...낸드플래시 강화 발판 마련

이번 투자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총 투자금액 중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은 전환사채(CB)로 투자해 향후 적법할 절차를 거쳐 전환 시 도시바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인수전 초반 불리한 경쟁력을 극복하고 지난 6월 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이은 9월 도시바의 계약 결정까지 SK하이닉스의 의결권 지분율은 뜨거운 감자였다. 도시바와 일본 정부는 경쟁상대인 한국업체로의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의결권 지분을 꺼려 했지만 결국 의결권 최대 제한선이었던 15%까지 확보했기 때문이다.

또 2660억엔(약 2조7000억원)은 베인캐피탈이 조성할 펀드에 펀드 출자자(LP·limited partner)형태로 투자해 도시바메모리 상장시 자본 이득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로서는 여러 불리한 조건을 뚫고 컨소시엄을 통해 인수한 것도 큰 성과인데 15%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게 돼 향후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번 도시바메모리 지분 투자를 통해 성장성이 큰 낸드플래시 분야의 사업 및 기술적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게 될 한·미·일 연합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베인캐피탈, 도시바, 호야, 애플, 킹스톤, 시게이트, 델 등 다수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도시바, 호야의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49.9%, 40.2%, 9.9% 다. 애플·킹스톤·시게이트·델 등은 사채형 우선주 형태로 투자한다.

이 날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 참여 기업 중 가장 먼저 이사회를 열어 투자 안건을 승인하면서 한·미·일 연합 내 참여기업들의 이사회 결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여기업들의 결정이 속속 이뤄지면 연합과 도시바간 계약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주역 최태원 회장 방일...인수 리스크 제거 위한 행보?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투자를 공식화하면서 승리의 주역인 최태원 SK 회장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이사회가 끝난 직후인 이 날 오후 1시경 김포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했다. 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실질적으로 지휘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당초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되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 참석차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일본을 먼저 방문한 뒤 미국으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소재 도시바 본사 건물 전경.ⓒ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이사회에서 총 4조원 투자 안건을 의결한 상황이어서 최 회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사회가 종료된 직후에 일본으로 출국한 것을 두고 인수 의결 소식을 가지고 도시바와 최종 계약을 마무리 짓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에서 불리한 경쟁 구도를 바꿔놓은 성과가 있던 터라 이번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도시바메모리 인수전 초반만해도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최 회장은 지난 4월 직접 일본을 방문해 도시바 경영진과 만남을 갖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결국 SK하이닉스를 인수전에서 승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아직 최종 인수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는 상태다. 도시바의 오랜 파트너였지만 이번 인수 실패로 돌아선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의 매각 반대 움직임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상황이다.

WD는 이미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요청하고 미국 법원 등에 제 3자 매각 금지 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로 최근 최종 인수가 무산되면서 국제중재재판소에 추가 중재를 신청하는 등 일방적인 매각을 계속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상태다.

또 전 세계 각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심사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같은 반도체 업체라는 동종업종인데다 두 업체가 각각 낸드플래시 분야 2·5위 기업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각국의 반독점 심사에서 예상 외로 고전하며 심사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이번 일본 방문이 SK하이닉스의 인수 의결로 강한 인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향후 산적한 과제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대해 SK 관계자는 “이번 일본 방문에 대한 목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에서 투자 의결이 이뤄졌고 인수는 컨소시엄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할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일본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는대로 미국으로 출국, 28일(현지시간) 뉴욕 더플라자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례만찬에 참석한다. 이번 방문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지난 7월 최 회장에게 '밴플리트상'을 수여한데 대한 답례 차원이다. 최 회장은 이후 미국 현지 사업장을 둘러본 후 내달 초 추석 전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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