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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안 사태' 한달…생리대 보급 중단, 애꿎은 청소년들 피해


입력 2017.09.28 06:00 수정 2017.09.27 18:39        손현진 기자

생리대 부작용 논란에 깜짝 놀란 지자체들…서둘러 생리대 지원 중단

'깔창 생리대' 반복 우려…일각서 "생리대 지원사업 개편해야" 주장도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제품.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로 촉발된 생리용품 유해성 논란으로 저소득층 청소년을 위한 생리대 지원이 중단됐다. 애꿎은 청소년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3일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전국 71개 지자체에 릴리안 제품의 환불·교환 등을 조치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복지부와 전국 지자체가 진행하는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은 지역에 거주하는 만 11~18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지난해 9월부터 예산 60억 가량을 들여 해당 사업을 진행해왔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릴리안 생리대는 전국 250개 보건소 중 26.8%에 해당하는 67곳에서 총 20만816명분의 34%인 6만8058명분이 배포됐다. 전국 보건소에 배포된 생리대 물량의 3분의 1이 릴리안 제품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부작용 생리대가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배포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복지부는 이미 생리대 제품을 지급한 경우 보건소로 하여금 생리대 지급 대상자에게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미사용 제품을 교환해주도록 했다. 또 시중 생리대 유해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추가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 환불공지 및 사과문. ⓒ깨끗한나라

그러나 지자체들은 릴리안 제품을 포함해 모든 생리대 지급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자체 보건소 관계자는 "릴리안 생리대를 중심으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다른 시중 생리대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현재 모든 생리대 지원을 멈춘 상태"라며 "식약처 검사에 따라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는 생리대를 지급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선 올해 생리대 지원이 시작된 지난 8월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지역에 따라 1~2달간의 지원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깔창 생리대' 이슈가 큰 파장을 낳았기 때문이다. 한 여성 청소년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신발 깔창에 휴지를 덧대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졌다. 깨끗한나라도 이 시기에 릴리안 생리대 지원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일반 소비자들은 안전성 검증이 이뤄지는 동안 해외 유기농 제품이나 천 생리대같은 대체품을 쓰면 되지만 정부 지원을 받던 저소득층 청소년들은 당장 경제적인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깔창 생리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성환경연대가 공개한 생리대 방출물질 시험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일회용 생리용품 10종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는 900개에 달하는 국내 생리대 품목에 대해 자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8일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식약처 조사로 모든 시중 생리대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원래대로 생리대 지원을 재개하면 되지만, 일부 제품에서 유해성이 발견될 경우 이에 대한 사례수집과 사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릴리안 사태를 계기로 전체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생리대 지원에 그칠 게 아니라 안전성 등 품질이 보장된 생리대를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권은희 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생리대 전 성분표시 의무제를 도입하고 유해물질이 검출된 생리대의 성분을 공개해 생리대의 안전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식약처는 마무리 단계인 전수조사와 별개로 지난해 10월부터 일회용 생리대의 TVOC(총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시험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결과는 내년 10월쯤 나올 예정이다. TVOC 검출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생리대 지원 사업이 무리 없이 진행될지도 불투명하다. 일각에선 생리대 지원 사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여성 의원들은 "저소득층 청소년이 아니라 여성 청소년의 건강권·교육권 문제로 생리대 지원 사업을 전면 개편하고, 적극적 예산편성으로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질 좋은 안전 생리대를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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