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포비아에 정책 리스크까지…생활용품업계 '이중고'
'릴리안 사태' 이후 국내 생리대 매출 뚝…업계 타격 우려
'의약외품 전성분 표시' 시행 임박…"유해성 기준이 중요" 지적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부터 최근 생리대 유해성 문제까지 큰 파장을 몰고 온 화학제품 이슈로 케미포비아(화학물질에 대한 공포) 현상이 크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화학제품 비중이 큰 생활용품 업체들은 매출 하락 우려뿐 아니라 정부가 주도하는 안전 규정 강화 정책도 따라야 하는 분위기 탓에 고충이 깊어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해 생리대' 논란으로 국내 생리대 제품군 판매량이 감소한 반면, 해외 친환경 제품은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등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이마트의 생리대 제품군은 유해성 문제가 불거진 지난달 29~23일 전체 매출이 2주 전에 비해 24.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해외 유기농 생리대로 알려진 '나트라케어'는 주문이 급증해 각종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A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논란이 된 특정 회사의 제품뿐 아니라 해당 제품 카테고리 전체를 불매하고 해외직구를 통해 대안제품을 구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 업계 전반의 타격으로 이어질까봐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는 것만으로 인체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를 중심으로 국내 생리대 제품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B업체 관계자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연성분부터 해서 화학물질로 이뤄지지 않은 건 거의 없는데다 유기화합물 검출량도 누가 어떤 방법에 따라 실험하느냐에 따라 다른 수치가 나올 것"이라면서 "유해 가능성이 제기된 성분도 극미량의 나노그램 단위로 검출된 걸 봤을 때 해당 생리대 제품보다는 불안감에 의한 스트레스가 몸에 더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의 공포감은 여전하다. 한때 SNS를 중심으로 생리대를 태울 때 나는 검은 연기로 유해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까지 돌았다.
정부는 인체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품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약사법 개정에 따라 오는 12월 3일 시행되는 의약외품 전 성분 표시제도가 그 중 하나다. 생활용품 중에서는 대표적으로 치약이 이에 해당한다. 제조업체들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개정안 시행 일정을 맞추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업계는 이같은 정부시책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예방하는 효과는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C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료의 경우 해당 업체가 성분을 비공개하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고, 또 안전성이 입증된 원료라도 나중에 특정 성분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이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언급하기보다는 일단 시간과 비용을 들여 정책에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더욱이 생리대와 마스크, 반창고, 물휴지 등 의료용 섬유·고무 제품은 의약외품인데도 성분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최근 재검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성 논란이 거듭되는 것은 인체 유해성 판단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B업체 관계자는 "화학물질 이슈로 업계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이참에 당국이 명확한 기준을 세워 차후 안전성 문제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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