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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4천만원 대기업 근로자가 최저임금?…문제는 '산입범위'


입력 2017.09.12 15:02 수정 2017.09.12 16:51        박영국 기자

경총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개최

학계·산업계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등 포함해야" 한 목소리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가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경총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 개최
학계·산업계 "산입범위에 정기상여금 등 포함해야" 한 목소리


“직원 1000인 이상의 대기업인 A사의 신입직원 a씨는 2017년 연간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이 3940만원이지만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은 1890만원에 불과하다. 시간급 기준으로는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a씨는 최저임금 인상 수혜를 받아 연봉이 6110만원에 달하게 된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교수는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로 열린 ‘최저임금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 - 산입범위 문제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은 사례를 소개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사례처럼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가 최저임금 인상 대상자에 포함되는 이유는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 준수여부를 판단하는 산입 범위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 언급된 a씨는 지급이 보장된 정기상여금이 1270만원에 달하는데도 불구, 이를 제외하고 최저임금을 산정한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7년 현재 A사 정규직근로자 중 최저임금 산입기준으로 시급 1만원 이하를 받는 근로자는 61%에 달한다.

그는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전년대비 16.4%의 대폭 인상은 대다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진단하고 “이제 30년 전 당시의 시대상황에 따라 제정된 최저임금제도를 현 여건에 맞게 개선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교수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사례도 소개했다. 근로자 100~299인 규모의 F사가 최저임금을 받는 외국인근로자 f씨에게 2017년에 지급한 임금(초과급여 제외), 숙식비를 포함한 비용은 총 3370만원이지만,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은 1870만원에 불과하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f씨가 회사에서 지급받는 임금과 숙식비는 총 3830만원에 달하며 이후에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회사가 f씨에게 지급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하게 될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본국 송금 등으로 내수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낮은 외국인근로자가 협소한 산입범위 덕에 내국인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더 큰 수혜를 받게 된다”고 현행 최저임금 산입범위의 문제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의 범위가 현실화돼 상여금 및 수당, 복지성 급여가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업종별, 지역별로 사업여건, 지불능력, 생산성, 생계비 수준 등에서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최저임금을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하고 있는 문제점도 개선해서 업종별, 지역별 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부 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들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대해 김 교수와 같은 견해를 보였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최저임금의 산입 범위에는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등이 빠져 있어 결과적으로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근로자가 산입 범위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고 문제점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통상임금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만 협소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통상임금과의 관계도 고려하면서 최저임금의 산입범위를 확대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하며,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비용 또한 합리적으로 배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가 숙식비 등 간접인건비를 내국인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숙식비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산입범위 개선과 더불어 업종․지역․연령에 따른 다양한 차이를 반영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노사정이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류재우 국민대 교수는 “최저임금제도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최저시급 월환산액을 넘는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옳다”면서 “노동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하여 현재 지나치게 좁게 설정된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근로자들이 지급을 보장받고 있는 상여금 등을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장혁 화일전자 대표는 “2018년 최저임금이 2017년 대비 16.4%, 2007년 대비 116.4% 인상됐다”며 “이러한 최저임금 고율인상은 기업들의 해외이전을 가속화시키고, 많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을 폐업과 범법자로 내모는 동시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을 양산할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제도개선방향으로 “최저임금 산입임금에 상여금, 숙식비, 연차, 퇴직금, 4대 보험(관련) 기업부담금 등 기업이 실부담하고 있는 실질임금 반영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종합토론에서는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박영범 한성대 교수의 진행으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등을 중심으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이번 토론회는 최저임금제도가 가진 근본적 문제점과 이에 대한 최신 논의동향을 살펴보고, 최저임금제도의 합리적인 개선방안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총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최저임금제도의 근본적 문제점 개선이 시급한 과제임을 재확인하고 향후 합리적인 최저임금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해 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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