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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쓸 생리대가 없다"…'뒷북 행정' 지친 소비자 해외로 눈


입력 2017.08.30 06:00 수정 2017.08.30 08:54        손현진 기자

"국내 제품 못 믿겠다"…친환경 생리대·생리컵 해외직구 소비량 증가

외국 제품도 안전성 불안…식약처 후속대처에 '뒷북 행정' 비판 잇따라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가 지난 21일 한 H&B숍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다른 국내 제품도 안심하고 쓸 수 없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 소비자들은 해외 유기농 생리대와 생리컵 등 대체재를 찾고 있지만, 이들 제품마저 안전성을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우려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지난 21일 이후 해외직구 사이트를 중심으로 친환경 생리대 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해외배송대행서비스 몰테일에 따르면 건강식품 전문쇼핑몰 비타트라의 지난 18~24일 생리용품 해외직구 건수는 전주보다 약 6.6배 늘었다.

특히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생리컵은 전주보다 약 470% 판매량이 늘었다.

미국 해외직구 사이트 아이허브에서는 현재 영국 환경운동가가 개발한 친환경 생리대 '나트라케어' 전 제품과 또 다른 친환경 제품 '콜만' 등이 일시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깨끗한나라와 시민단체 '여성환경연대'의 진실공방은 국내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3월 강원대학교 김만구 환경융합학부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국내 10개 생리대 제품의 유해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 따라 릴리안 제품의 인체 유해성을 지적한 바 있다.

깨끗한나라 측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릴리안 외에 9개 다른 제품에서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음에도 릴리안에 대해서만 그 시험 결과가 공표돼, 마치 릴리안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줬다"며 여성환경연대를 향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나머지 9개 브랜드 상세 내역 ▲시험 대상 제품의 선정 기준과 선정 주체 ▲시험 대상 제품의 제조일자 ▲시험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 ▲시험 결과 발표 이후 특정 브랜드명(릴리안)이 외부에 공개된 사유와 경위 등을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인 대응을 마련하겠다고도 밝혔다.

여성환경연대는 "조사결과 발표 시점인 지난 3월 조사대상 제품명과 업체명이 포함된 조사결과 일체를 식품의약품약처 담당 부서에 전달했으며, 현재 정부당국의 전수조사가 착수된 상황이므로 해당 정보 공개 권한은 식약처에 일임하고자 한다"며 "조사의 목적은 생리대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에 있으며, 미공개 결정이 이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제품. ⓒ깨끗한나라

여성환경연대가 구체적인 조사결과 공개를 거부한 데다 동종업계인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 이사 5인 중 한 명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조사 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5곳(유한킴벌리·엘지유니참·깨끗한나라·한국피앤지·웰크론헬스케어)이 동일한 제조소로부터 접착제를 공급받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나 국내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다.

반면 외국 제품이라고 다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식약처는 당초 릴리안 제품만 조사하기로 했다가 소비자의 불만이 따르자 최근 3년간 생산·수입된 모든 생리대 56개사 896품목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식약처는 벤젠·스티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 약 10종을 중심으로 검출 여부와 검출량을 전수조사해 이르면 9월 안에 검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식약처의 뒤늦은 대처로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릴리안 제품을 쓰고 이상 증상을 겪었다는 피해 사례는 지난해부터 제기됐고, 지난 3월에는 여성환경연대가 강원대에 의뢰한 생리대 유해성 시험 결과까지 공개됐으나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그동안 생리대 제품 품질이 허술하게 관리돼 온 측면도 드러났다.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 28일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릴리안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75개 품목을 식약처에 신고하고 허가를 요청했으나 75개 품목 모두 안전성 및 유효성 심사에서 면제됐다.

2009년 이후 식약처에 들어온 생리대 제품 신고 및 허가 요청은 릴리안을 포함해 총 1082건이었으나 이 중 안전성·유효성 심사를 받은 생리대는 4개에 불과해, 무려 전체의 99.6%가 품질 검사를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생리대 제품이 재법, 성상, 순도시험, 질량, 흡수량 등 기준규격에 맞게 만들어졌으면 따로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고, 제품이 기준규격에 맞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관리도 제작회사가 하도록 해 다소 허술한 품질 관리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양 위원장은 "대부분 생리대가 식약처 고시의 맹점을 이용해 안정성·유효성 검사를 면제받고 있고 기준규격에 맞게 생리대가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확인도 못 한 채 유통되고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과 제도 개선으로 국민이 안심하고 생리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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