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시장 파고드는 제약사들…'의약품 한류' 신시장 될까
2021년 할랄시장 3조원 규모 예측…의약품 시장도 매년 약 9.3% 성장 가능성
동아에스티-이란 루얀사, 일동제약-MS파마 업무 협약…중도 좌절 사례도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것'을 뜻하는 할랄(Halal)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잇따라 도전하고 있다. 현지 제약사와 업무 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까다로운 진입 절차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히 따르는 상황이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전 세계 할랄시장은 2015년 기준으로 1조8900억달러(2268조원)에 달했으며, 2021년까지 약 3조달러(36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할랄산업에 뛰어든 국내 업체들도 2014년 133곳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224곳으로 늘었다.
현재 할랄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분야는 식품이다. 2015년 전체 할랄 시장에서 식품 부문이 1조1730억달러(62%)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컸다. 업계에선 할랄 식품 시장이 앞으로도 매년 8.5%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할랄 의약품 시장도 성장세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할랄 의약품 시장 규모는 전 세계 시장의 6.7%에 해당하는데 연간 9.3%씩 늘어 2021년에는 37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동남아시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2019년부터 할랄 인증 범위를 식품 외에도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높아지는 무역 장벽에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는 국내 제약사들이 시장 진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2014년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컴비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이란의 중견 제약사인 루얀 제약과도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동아에스티는 루얀사에 바이오의약품 그로트로핀(성장호르몬제), 류코스팀(호중구감소증치료제), 고나도핀(난임치료제), 에포론(빈혈치료제) 등 4개 품목 중 그로트로핀과 류코스팀의 제조 기술을 우선 이전하고, 나머지 제품도 단계적으로 기술 이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동아에스티는 루얀사에게 매출에 따른 로열티를 받게 된다.
루얀사는 현지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2019년부터 동아에스티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인구 수가 약 7910만명에 이르는 이란은 중동 최대 시장 중 하나다. 의약품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19억3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2025년까지 매년 6.4% 성장해 35억9000만달러(약 4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란 정부는 향후 5년간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현지화하고 국내 생산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이란은 그 동안 경제제재로 인해 경제 및 인구 규모에 비해 의약품 시장 환경이 열악했으나 지난해 제재가 해제되면서 의약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제휴를 통해 이란을 비롯한 중동시장으로의 수출 확대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동제약에서 만든 소화 정장제 '비오비타'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한국이슬람교중앙회(KMF)를 통해 할랄 인증을 받았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4월 요르단 제약회사 'MS파마'와 프로바이오틱스, 히알루론산, 항생제 등을 중동 요르단 현지에 공급하는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2005년 인도네시아 현지에 자카르타 지사를 세웠고, 2012년에는 바이오의약품 공장인 대웅인피온을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빈혈치료제 '에포디온'의 품목허가를 획득해 지난 1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 측은 "에포디온은 현지에서 직접 생산 및 공급되는 제품으로 인도네시아 정부의 관심을 받고 있어 연 100억원의 매출로 시작해 3년 내 현지 시장의 90%를 점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할랄산업이 제약 회사별로 모두 다 순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유유제약은 2014년 말레이시아에 유유말레이시아 지점을 세우고 할랄인증도 받으려 했지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정도 걸리는 할랄인증을 받는 데 고전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 제약사 SPC와 항암제 공장 건설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지만 최종 계약 단계에서 무산됐다.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각국 식약청 허가를 받아 중동 현지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해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현지 제약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해외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면 시장 진출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도 현지 시스템과 문화에 맞는 마케팅을 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전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할랄 시장에 진출할 때 겪는 어려움으로 정보부족(46.7%), 인증 절차 및 비용(37.7%), 전용라인 구축비용 부담(29.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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